노자와 장자는 한국을 비롯한 중국 주변 국가들의 삶과 철학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 중국의 고대 사상가이다.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그들의 지혜를 알리기 위해 연재를 시작했다. (연재는 드문드문 진행할 예정)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속담이 있다. 누구나 한번쯤 이 말을 떠올려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급하게 일을 하다가 오히려 일을 망쳤거나, 원하는 물건을 못 사서 포기하였는데 어느 날 우연히 그 물건을 구입할 수 있었던 경우가 그렇다. 살다보면 이렇게 뜻하지 않은 일들을 만난다. 열심히 살았는데 기가 막히게 그만큼이나(?) 결과가 안 좋거나, 나쁜 짓을 했는데도 천수를 누리는 사람(다수의 독재자들이 보여준 것처럼)이 있는 등 세상사는 인간의 기대처럼 돌아가지 않는다.
어떤 사람과 친해지고 싶다고 가정해 보자. 보통 친해지기 위해서는 그 사람에게 말을 걸고 연락을 자주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상대방 입장에서는 말을 걸고 연락을 해오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래서 관계가 틀어지거나 더 친밀한 관계에 이르지 못할 때도 있다. 이럴 때 많은 사람들이 역설을 활용한다. 말을 많이 하고 싶으나 덜 하고, 연락을 자주 하고 싶으나 뜸하게 하는 방법이다. 그러면 마음에 여유가 생긴(또는 궁금해진) 상대가 먼저 연락을 해오기도 한다(물론 연락이 안 올 수도 있다).
돈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돈을 좇으면 돈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럼 이런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돈을 좇지 않는데 어떻게 돈을 벌어?’. 돈을 좇는 사람 눈에는 돈밖에 안 보인다. 그런데, 돈을 벌기 위해서는 돈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중요할 수도 있고, 윤리가 중요할 수도 있고, 신뢰가 중요할 수도 있다. 물론 돈을 좇아 돈을 버는 사람도 수두룩하다. 그래서 인생 또한 역설이다. 난 왜 저 사람처럼 돈을 벌 수 없을까? 왜 저 사람은 운이 좋을까? (그냥 내가 그런 거다. 어쩌겠는가, 그것이 인생인 걸.)
역설이란, 보통의 경우 C라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A라는 행위를 해야 하는데, A와 반대되는 B라는 행위를 했을 때 오히려 C라는 결과를 얻는 것을 가리킨다. 앞의 사례에서처럼 그 결과는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이순신 장군의 유명한 말 중 하나인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오,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라는 것 역시 역설이다. 이기려면(C라는 결과) 살고자 싸우지 말고(A라는 행위), 죽고자 싸워야 한다(B라는 행위). 다만, 이 역설은 이순신 장군이기에 가능한 일임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이 말을 B급으로 바꾸어 보면 “살려고 잔머리 굴리다 오히려 죽을 수 있으니, 아무 생각 말고 ‘ 나 죽었다’ 하고 싸워. 그럼 어쩌면 이길 수 있어. 알겠나!”이다. 그래, 죽을힘을 다해 싸워도 이길까말까한 싸움에서, 이미 졌다고 생각하면 이미 진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나 죽었다 생각하고 죽을힘을 다해 싸우다 보면, 정말 ‘어쩌다’ 이길 수도 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도 어벤져스는 ‘14000601분의 1’이라는 0에 가까운 확률에 도전해서 타노스를 무찔렀다. 일본과의 전쟁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역설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부정적으로 보자면- 본인이 기대하고 의도했다고 해서 그것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만화에서나 가능한 일이거나 마법을 부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는 점이다. 반면, -긍정적으로 보자면- 설령 내가 기대하고 의도한대로 되지 않는다 해서 좌절하거나 인생이 끝났다 여기진 말라는 좋은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쩌겠어.’ 하며 마음을 비우듯 말이다. 그래서 역설은 인생 자체에도,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도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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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삶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