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
책을 쓰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꼬박 3년이 훌쩍 지났다. 사람 인생이 책만 쓸 수야 없고, 중간에 이러저러한 일들이 겹치면서 더 늦어진 것도 있다. 물론 정말 어려운 주제이기도 했다. 이젠 고대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제자백가’가 그 대상이었으니까.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이야기지만 책으로 내는 건 정말 까다로운 주제이기도 하다.
돌아보면, 이 책을 쓰기까지 어쩌면 평생이 걸렸다. ‘평생’이라는 말을 쓰기에는 노년은 아니니 그렇지만, 내 평생이라고 해도 충분하지 싶다. 청소년 때부터 나는 두 가지 문제에 골몰했었다. 하나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고, 다른 하나는 ‘세계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다. 나아가 ‘어떻게 살아가고’, ‘무엇을 할지’에 대해 고민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철학과에 갔다. 그리고 철학을 공부하며 많은 것을 얻었지만 그 한계 또한 알 수 있었다. 흔히 말하는 ‘뜬구름 잡기’, 다시 말해, 철학은 생각에, 생각에, 생각을 더한 학문이다 보니 매우 이상적이고 사변적(생각 속에서만 이루어지는 것들)이다. 그래서 현실과의 거리감이 하늘과 땅 차이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학교를 떠났다.
어느 곳에서는 내가 박사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제는 석사까지만 했다. 그 정도로도 충분했으니까. 학력이나 학위 따위가 중요한 세상도 아니다. 학위보다 더 중요한 건 열정과 성실이다. 무엇보다 난 내 인생을 걸고 공부를 했다. 그렇다 해서 내가 모든 것에 완벽하단 의미는 아니다. 부족함이 많다. 다만 그 부족함은 앞으로도 계속 메워나갈 예정이다.
동양철학을 전공하면서 동양철학을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책을 한 권 쓰고 싶었다. 동양철학은 ‘쉽게’가 진짜 어렵다. 일단 ‘한문’이다. 그래서 개념이 어렵고 낯설다. 일반 사람들에게 동양철학을 전달하는 데 있어 첫 번째 난관이자 가장 어려운 난제이다. 그래서 한문으로 된 개념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대신 이를 최대한 풀어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 2,500 년이라는 시간적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를 메우기 위해 수많은 서양의 철학자와 소설가들을 불러왔다. 서양의 사상가들을 불러온 것은 그들이 동양의 사상가들보다 더 친숙하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서양의 모델을 따온 것이고, 나아가 한국의 정치나 사회 시스템 역시 서양을 본땄다. 그래서 알게모르게 한국 사람들은 서양의 사상에 친숙하다.
철학의 목적은 결국 ‘생각하는 인간’에 있으니까 말이다. 나 또한 그 생각을 따라 여기까지 왔다. 내가 고민했던 두 가지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과 ‘인간은 왜 늘 갈등하고 다투며 살아가는가?’라는 물음이었다. 하나는 나 자신에게, 다른 하나는 세상에 던지는 물음이었다. 해답을 찾다 보니 이 책을 쓰기에 이르렀다. 어른이 되어 제자백가와 다시 만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부탁은, 지금 자신의 상황이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세상을 탓하거나 억울해하지 말고 버티며 나아가면 좋겠다는 것이다. 다들 그렇게 어른이 되었고 아주 조금씩이나마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꿔왔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 중에서
나아가 동양철학이 가진 고리타분함을 벗겨내고 새로운 모습으로 해석되기를 원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두고 고리타분하다고 여기지 않는 이유는 그것이 끊임없이 재해석되어 현대적인 또는 현재의 의미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자 왈, 맹자 왈, 이렇게만 기억되는 동양철학 역시 현대적 ‘때깔’을 입을 수 있을 것이라 보았다.
그런데, 왜 이 시점에 동양철학, 그 중에서 제자백가인지를 물을 수 있다. 제자백가 이야기가 현실의 문제를 풀어내기엔 현대 사회의 시스템과 고대의 그것과는 한없이 깊고 넓은 간극이 있다. 그렇지만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혼란, 정치인(군주 및 귀족)의 권력 독식과 부패, 무엇보다 빈번했던 전쟁(최근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 오늘날과 다를 게 없다.
그래서 ‘생각해야’ 한다. 오늘날의 현실만을 두고 보면 현실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그래서 고전을 통해, 과거를 통해, 오늘을 ‘빗대어’ 보는 것이다. 무언가 현실을 바라볼 수 있는 ‘또 다른 현실’이 있어야 비교 가능하고, 그 비교를 통해 분석하고,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고전이 ‘인류의 지혜를 모아놓은 책’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고.
이 책은 모든 것을 다 설명해주진 못한다. 다만 이 책을 통해 함께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현대인은 너무나 바쁘다. 먹고 살기에도 바쁘고 놀기에도 바쁘다. 자기를 돌아볼 틈이 없이 세상이 몰아부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멈춰서 생각하지 않으면, 이것에서 벗어날 기회가 사라질지도 모른다. 결국 이 시대의 문제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 달려있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 만나는 철학과 어른이 되어가면서 느끼고 깨달은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더 좋은 어른이 될 순 없어도 조금 더 좋은 어른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책을 읽어주신 분들과 책을 구매해주신 분들, 그리고 리뷰를 써주신 분들(출판사 제공이라 할지라도)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더 좋은 글로 만나기를 약속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