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4장, 풍요로운 이 세상 [번역 및 해설]

4장은 도의 작용에 대한 내용인데, 여기에서 말하는 도란 ‘비어있음’을 가리킨다. 텅 빈 우주를 떠올려 보자. 그곳은 무한한 시공간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그곳은 에너지로 가득차 있다. 무한한 에너지는 인간이 인식할 수 없고 느낄 수 없지만 그 어떤 형태로도 변할 수 있다.

노자 도덕경 4장 표지
노자 도덕경 4장 표지
'부와 풍요'로 읽는 노자 도덕경 번역 및 해설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의도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브런치 '뽀시락'에 연재(2024년)한 것을 다시 정리하였다. 통상적인 번역에 의거하였고, '부와 풍요'라는 핵심어로 풀이하였다. 앞으로도 책과 블로그를 통해 더 나은 번역과 해설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본문

텅 비어 있어 그 작용에 다함이 없는 것이 곧 도이다. 깊고 고요한 것이 마치 만물의 (만물을 먹이고 기르는) 주인 같구나!

날카로운 것은 무디게 하고, 복잡하게 얽힌 것을 풀어주며, 빛이 비치는 것처럼 은은하고, 먼지가 가라앉는 것처럼 잔잔할 따름이다.

그 담담함이여! 무언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나, 난 그것이 누구의 자식인지(어떻게 생겨났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하느님보다도 먼저 있지 않았을까.

원문

道沖而用之, 或不盈, 淵兮似萬物之宗. 挫其銳, 解其紛, 和其光, 同其塵. 湛兮似或存, 吾不知誰之子, 象帝之先.

해설

욕망을 내려놓고 현실에 만족하라


노자 도덕경에서  가장 좋은 부분은 “욕망을 내려놓고 현실에 만족할 줄 알라”라는 명제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명상을 하고 단순함을 추구하는 이유는 모든 것이 넘쳐나고 너무 많아서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 사람들이 물질과 문명으로부터 도피를 시도한다.

동시에 이 명제는 가장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다. 쇼핑이 곧 인생이고 욕망을 빼고 나면 시체나 다름없는 대다수의 인간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자의 가르침은 너무나 소극적이고 협소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노자를 공부하며 가장 납득하기 어려웠던 점이기도 했다. 이 소극적인 자세와 회의적인 해법으로는 현대 사회에서 노자가 결코 살아날 수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반대로 그동안 노자를 너무 이렇게만 보아온 것은 아닐까. 그 고민의 해법을 이 4장에서 찾았다.


도가, 비워서 채우는 삶의 미학 [책 소개]
노자와 장자를 중심으로 한 도가의 생각을 현대와의 접점에서 간결하게 풀어쓴 책이다. 도가의 생각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그 내용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노자와 장자는 도가의 창시자이고 도가란 ‘도’를 통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고 ‘도’에 따라 삶을 살고자 하는 학파를 의미한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 [책 소개]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철학을 소개하는 책이다. 공자, 묵자, 노자, 맹자, 장자, 순자, 이사, 상앙, 한비자, 등석자, 혜자(혜시), 공손룡자에 이르는 5개의 학파와 12명의 제자백가의 사상에 대한 내용이다. 5개의 학파는, 유가, 도가, 묵가, 법가, 명가에 해당한다.

4장, 인간이 살아가는 생활공간에 대한 규정


4장에서 노자는 인간이 살아가는 ‘샐활공간’에 대한 규정을 시도한다. 무엇보다 노자는 인간이 사는 지구 또는 우주라는 생활공간이 모든 존재가 먹고 살만큼 풍요롭다는 사실을 전제하고 있다. 노자가 도덕경 내내 욕망을 줄이고 현실에 만족하라고 주문하는 것도 이 때문에 가능하다.

특히 4장은 도의 작용에 대한 내용인데, 여기에서 말하는 도란 ‘비어있음’을 가리킨다. 텅 빈 우주를 떠올려 보자. 그곳은 무한한 시공간이 펼쳐져 있다. 그리고 그곳은 에너지로 가득차 있다. 무한한 에너지는 인간이 인식할 수 없고 느낄 수 없지만 그 어떤 형태로도 변할 수 있다.

노자가 살던 시대에는 우주를 육안으로 관찰할 수 없고 기술발전의 도구도 없었기에 오늘날과 같은 과학 지식이 없었다. 이에 노자는 이를 커다란 호수나 드넓은 하늘에 비유했다. 드넓은 하늘만큼이나 커다란 호수 안에는 모든 생명체가 살아갈 만큼의 먹이가 있고 공간이 있다.

이를 지구로 확대해 보자. 지구는 모든 존재가 자신의 삶을 이루고 남을 만큼의 공간과 에너지가 충분한 곳이다. 바다와 육지, 하늘과 땅 할 것 없이 모든 존재들의 삶의 터전이 되는 곳이다. 욕심 내지 않고 더 가지려 다투지 않는다면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아내고도 남을 장소이다.

'도'는 에너지의 흐름


노자가 말하는 도는 에너지의 흐름이기도 하다. 너무 날카로운 것은 무디게, 너무 얽힌 것은 풀어준다. 다시 말해, 부족한 것은 채우고 넘치는 것은 덜어내어 모든 존재들이 넉넉히 그러나 과하지 않게 살아가도록 만든다. 균형을 맞추는 일이기도 하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떠올려 보자. 에너지의 크기와 관계없이 에너지의 총량은 같다. 에너지가 예리한 곳에 쓰인다면 그만큼 다른 곳의 에너지에 있어 변형이 가해진다. 마찬가지로 다른 곳에 에너지가 사용된다면 어느 곳의 에너지는 변해 있다. 에너지의 변형이 있을 뿐 에너지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노자는 이를 빛이 모든 것을 은은하게 비추는 모습에 비유했다. 빛이 있어야 만물이 자라나는데, 고맙게도 빛은 모든 존재들에게 골고루 혜택을 안긴다. 빛이 스며들지 않는 곳은 어떤가. 그곳엔 먼지가 가라앉듯 잔잔하게 어루만져준다. 우주가 모든 존재들을 돌보는 모습, 바로 그것의 비유라 볼 수 있다.

하나님의 은총, 예수의님의 기적, 부처님의 가피, 알라의 현현, 그 어떤 종교적 표현도 이것과 다르지 않다. 외계인이 출현해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노자는 자신이 가리키는 우주가 하느님으로 대표되는 그 어떤 신적 존재보다 먼저라 표현했다. 특정 종교로 한계지어서는 안 되기에.

마음을 바꿔먹는다면


이처럼 우주는 음과 양으로,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은 채 만물이 튼튼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돕는다. 훌륭한 부모가 그러하듯. 결국, 부족함 없는 이 세상에서 더 가지려 하는 인간의 욕망과 더 빼앗으려는 다툼이 가장 큰 문제이고 혼란의 원인이다.

노자는, 그러니 제발, 욕망과 다툼을 버리고 삶의 풍요를 한껏 누리다 가지 않겠느냐며 묻는다. 마음을 바꿔먹기만 한다면, 그 즉시 우리 사는 세상도 변하기 마련이니까. 큐브 맞추기처럼 방향만 잘 잡는다면 원하는 색상을 맞춰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노자 도덕경 완역(1-81장) 모음
와 풍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 인간 세상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것.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골고루 나누어진 적 없던 것. 불평등의 근원이자 갈등의 시초. 그래서 노자는 말한다. 욕심을 버리고 서로 빼앗고자 다투지 말며 서로를 보듬어주고 안아주라고. 이미 이 세상은 부와 풍요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니, 제발 그만하라고. 멈추라고. 이것이 노자의 메시지이자 도덕경의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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