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22장, 삶의 조화와 균형 [번역 및 해설]

현자는 스스로 드러내지도, 옳다 하지도, 떠벌리지도 뽐내지도 않는다. 그것은 조화와 균형을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나치면 넘치고 넘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항상 경계하며 조심스레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자기 안의 갈등이 없으니 세상과 다툼이 없다. 이러한 노자의 생각은 처세술의 원형이 되어 후대로 이어지기도 했다.

노자 도덕경 22장 표지
노자 도덕경 22장 표지
'부와 풍요'로 읽는 노자 도덕경 번역 및 해설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의도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브런치 '뽀시락'에 연재(2024년)한 것을 다시 정리하였다. 통상적인 번역에 의거하였고, '부와 풍요'라는 핵심어로 풀이하였다. 앞으로도 책과 블로그를 통해 더 나은 번역과 해설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본문

오목해야 평평해지고, 굽어야 곧아지며, 움푹 패여야 채워질 수 있고, (가진 상태가) 적어야 얻을 수 있으며, 많으면 갈팡질팡해진다. 그리하여 현자 하나를 품어 천하의 본보기로 삼는다.

스스로 드러내지 않으니 밝아지고(돋보이고), 스스로 옳다 여기지 않으니(고집하지 않으니) 맑아지며(세상이 우르러 보며), 스스로 떠벌리지 않으니 공이 그에게 돌아오고, 스스로 뽐내지 않으니 오래갈 수 있다(오래도록 성공을 유지할 수 있다). 다툴 생각이 아예 없으니, 세상이 그와 다투려 하지 않는다.

옛말에 이르길, “오목해야 평평해지는 것이 어찌 허언이겠는가. 진실로 온전해진다는 것은 다시 돌아간다는 의미이다.”

원문

曲則全. 枉則直. 窪則盈. 弊則新. 少則得. 多則惑. 是以聖人抱一爲天下式. 不自見故明. 不自是故彰. 不自伐故有功. 不自矜. 夫唯不爭. 故天下莫能與之. 古之所謂. 曲則全者. 豈虛言哉. 誠全而歸之.

해설


좋은 일이 있고 나쁜 일도 있는 인생

'갈마든다’는 표현이 있다. 번갈아든다는 뜻. 낮과 밤이 그렇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그렇다. 또는 밀물과 썰물이 그렇다. 해와 달도 그렇다. 차면 이지러지고 이지러지면 차오른다. 하나가 가면 다른 하나가 오고, 다른 하나가 차지하면 또다른 하나가 가버린다. 때가 되면 바뀌고 때가 되면 스러지기도 한다.

삶도 그렇다. 좋은 일이 있기도 하고 나쁜 일이 있기도 하다. 좀 살만하면 몸이 아프고 아픈 몸이 나으면 새 삶이 시작되기도 한다. 돈을 벌어 신나는데 일이 너무 많아져서 돈도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좋다고 시작한 일도 어느날은 하기 싫어지고, 죽도록 하기 싫은 일인데 하다 보니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찾기도 한다.

그렇게 모든 것이 갈마든다. 2장의 변주, 22장이다. 긴 것은 짧은 것을 품고 있고, 약한 것은 강한 것을 품고 있다. 굽은 것은 곧은 것을, 움푹 패인 것은 평평한 것을 품고 있다. 슬픔은 기쁨을, 괴로움은 평안함을 품고 있다. 슬퍼야 기쁨을 알 수 있고 괴로워야 평안함도 알 수 있다. 삶의 온갖 순간들을 하나로 엮어보면 알 수 있다.


도가, 비워서 채우는 삶의 미학 [책 소개]
노자와 장자를 중심으로 한 도가의 생각을 현대와의 접점에서 간결하게 풀어쓴 책이다. 도가의 생각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그 내용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노자와 장자는 도가의 창시자이고 도가란 ‘도’를 통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고 ‘도’에 따라 삶을 살고자 하는 학파를 의미한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 [책 소개]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철학을 소개하는 책이다. 공자, 묵자, 노자, 맹자, 장자, 순자, 이사, 상앙, 한비자, 등석자, 혜자(혜시), 공손룡자에 이르는 5개의 학파와 12명의 제자백가의 사상에 대한 내용이다. 5개의 학파는, 유가, 도가, 묵가, 법가, 명가에 해당한다.

하나를 본보기 삼아

그래서 현자는 하나를 세상의 본보기로 삼는다 말했다. 이 하나란 양 극단을 아우르고 양 극단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을 상징한다. 이것과 저것을 아우르는 동시에 언젠가 이것이 저것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지하는 일이다. 이러한 인식을 통해 삶의 조화와 균형을 깨닫고 현실에서 그 균형감으로 모든 일에 대처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13장에서 보았듯 총애를 입던 사람이 어느 한순간 모욕을 당하기도 하고, 늘 굴욕을 당하던 사람이 어느 한 순간 주목을 받기도 한다. 이러한 삶의 측면을 두고 노자는 하나라  말했다. 숫자 1이라기보다 커다란 하나. 원을 떠올려 보면 될 것이다. 고대로부터 원을 완전한 도형으로 여기고 종교나 철학의 상징으로 여긴 것도 이러한 이유이다.

오목해져야 평평해진다는 건 결국 지나침을 경계하며 균형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는 의도이다. 사실 조심하며 살아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 인간의 삶이다. 다만 더 큰 일이 발생하거나 더 큰 일로 번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욕심 내지 않고 원만히 살아야 한다는 옛어른들의 말씀도 이런 맥락을 갖고 있다.

균형감 있는 삶을 유지해야

그리하여 현자는 스스로 드러내지도, 옳다 하지도, 떠벌리지도 뽐내지도 않는다. 그것은 조화와 균형을 벗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나치면 넘치고 넘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항상 경계하며 조심스레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자기 안의 갈등이 없으니 세상과 다툼이 없다. 이러한 노자의 생각은 처세술의 원형이 되어 후대로 이어지기도 했다.

부와 풍요는 꼭 돈이 많아 넘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기 삶을 과도함 없이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속적으로 선순환을 만들어야 부와 풍요도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양에서는 예로부터 ‘태극’ 문양을 통해 이를 표현했다. 음과 양이 갈마들며 이루는 조화와 균형, 그리고 절제. 결국 내 삶을 두루 살피는 지혜.

그것이 노자가 오늘의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노자 도덕경 완역(1-81장) 모음
와 풍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 인간 세상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것.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골고루 나누어진 적 없던 것. 불평등의 근원이자 갈등의 시초. 그래서 노자는 말한다. 욕심을 버리고 서로 빼앗고자 다투지 말며 서로를 보듬어주고 안아주라고. 이미 이 세상은 부와 풍요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니, 제발 그만하라고. 멈추라고. 이것이 노자의 메시지이자 도덕경의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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