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24장, 여유를 갖고 살아가기 [번역 및 해설]

노자가 말하는 것은 과도함에 있다. 너무 지나치면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일을 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겸허해야 한다. 한참 많은 돈을 벌고 전국에 명성을 떨치던 사람이 너무 으스대거나 들뜬 마음으로 큰 실수를 저질러 하루아침에 망하는 걸 목격할 수 있다.

노자 도덕경 24장 표지
노자 도덕경 24장 표지
'부와 풍요'로 읽는 노자 도덕경 번역 및 해설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의도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브런치 '뽀시락'에 연재(2024년)한 것을 다시 정리하였다. 통상적인 번역에 의거하였고, '부와 풍요'라는 핵심어로 풀이하였다. 앞으로도 책과 블로그를 통해 더 나은 번역과 해설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본문

까치발로 서고자 하면(무리해서 올라가고자 하면) 계속 서 있을 수 없고, 다리를 너무 뻗으면(무리해서 나아가고자 하면) 걸을 수 없다.

자기를 드러내는 오히려 가려질(묻힐) 것이고, 자기가(자기만) 옳다 여기는 이는 오히려 흐릿해질 것이다. 자기가 잘났다 떠벌리는 이는 그 공적이 사라질 것이고, 자기를 지나치게 긍정하는 이는 오래갈 수 없다.

그리하여 도의 차원에서 보자면, 남은 음식이요, 쓸데없는 행동에 불과하다. 이는 세상 모든 존재가 꺼리는 것이니, 도가 있는 사람은(도리를 아는 사람은) 결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원문

企者不立. 跨者不行. 自見者不明. 自是者不彰. 自伐者無功. 自矜者不長. 其在道也曰餘食贅行. 物或惡之. 故有道者不處.

해설


허풍과 자기기만을 벗어나


그렇다. 도리를 아는 사람이 그럴 리 없다. 허풍을 떨거나 자기기만에 빠지지도, 반대로 우쭐거리지도, 자기 확신에 미쳐 날뛰지도 않는다. 노자 도덕경 전체에서 계속 되풀이되는 내용이다. 세상에 자기만 옳고 잘났으며 모든 걸 잘해내는 사람은 없다. 있을 수도 있지만 있다면 성인일 테고, 아니면 있다 하더라도 인성이 별로일 가능성이 있다.

장자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지극히 올바른 경지에 이른 사람은 그의 본성이나 운명의 진실함을 잃지 않는다. 합쳐지더라도 쓸데없이 들러붙거나, 갈라지더라도 필요없이 덧붙이지 않는다. 길어도 남는 것이 아니도 짧아도 모자라지 않다. 물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덧붙이고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면 얼마나 슬퍼하겠는다. 그리하여 타고난 것이 길면 자르지 않고 타고난 것이 짧으면 덧붙일 이유가 없다. 그러니 무엇을 걱정해야 하는가.

장자 잡편(장자 본인이 아닌 후대에 덧붙여진 것으로 보이는 내용들을 엮은 부분)에 등장하는 내용인데, 아마 대개 알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물오리의 다리가 짧다고 덧붙이고 학의 다리가 길다고 자르는 이야기. 노자가 말하는 허풍, 자기기만, 우쭐거림, 자기확신 등이 여기에서 말하는 덧붙임이나 자름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군더더기 언행을 가리킨다.

이런 군더더기를 가리켜 ‘사족’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다리가 없는 뱀에게 다리를 붙이는 일이다. 필요없고 쓸데없는 일이다. 그런데 가끔은 허풍도 떨고 싶고 나를 증명해 보이고 싶은 것이 인간이다. 이력서 스펙에 이것저것 덧붙이고서라도 합격하고픈 게 사람 마음. 가끔은 애교로 보아넘길 일도 있다.


도가, 비워서 채우는 삶의 미학 [책 소개]
노자와 장자를 중심으로 한 도가의 생각을 현대와의 접점에서 간결하게 풀어쓴 책이다. 도가의 생각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그 내용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노자와 장자는 도가의 창시자이고 도가란 ‘도’를 통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고 ‘도’에 따라 삶을 살고자 하는 학파를 의미한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 [책 소개]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철학을 소개하는 책이다. 공자, 묵자, 노자, 맹자, 장자, 순자, 이사, 상앙, 한비자, 등석자, 혜자(혜시), 공손룡자에 이르는 5개의 학파와 12명의 제자백가의 사상에 대한 내용이다. 5개의 학파는, 유가, 도가, 묵가, 법가, 명가에 해당한다.

여유를 가져야 여유로울 수 있다


노자가 말하는 것은 과도함에 있다. 너무 지나치면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는 일을 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겸허해야 한다. 한참 많은 돈을 벌고 전국에 명성을 떨치던 사람이 너무 으스대거나 들뜬 마음으로 큰 실수를 저질러 하루아침에 망하는 걸 목격할 수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그런 걸 아니꼽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가 따르기 마련이다. 남 잘나가는 걸 좋게 보고 응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끌어내리려고 혈안이 되어 있고 안 좋게 보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는 사람도 있다. 세상이 그렇고 인간이 그렇다. 이런 일에 엮이더라도 또한 무던히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성형도 하고 운동도 하는 자기계발 시대에 안 어울리는 말이라 할 수 있지만 노자가 강조하는 것은 오늘날 말로 ‘자존감’이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는 마음. 자기가 한 만큼 인정 받고 자기가 안 한 것에 대해서는 하지 않았다 말할 수 있는 마음. 나아가 자기를 진실하게 대하고 당당해질 수 있는 자세이기도 하다.

이런 마음들로 살아가야 모욕을 당하든 총애를 받든 그런 것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다. 꽤나 견디기 힘든 때도 있고 날아갈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그런 일들을 버텨내고 그런 욕망들을 참아내면서 인간의 마음은 성장한다.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여유를 가져야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그런 여유가 있어야 서로에게 여유롭게 대할 수 있고, 그것이 모여 사회적 여유로 확장된다. 그 넉넉한 마음이 곧 부와 풍요이다.


노자 도덕경 완역(1-81장) 모음
와 풍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 인간 세상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것.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골고루 나누어진 적 없던 것. 불평등의 근원이자 갈등의 시초. 그래서 노자는 말한다. 욕심을 버리고 서로 빼앗고자 다투지 말며 서로를 보듬어주고 안아주라고. 이미 이 세상은 부와 풍요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니, 제발 그만하라고. 멈추라고. 이것이 노자의 메시지이자 도덕경의 주제이다.
사색이 필요한 당신, 이 책들과 함께
사색이 필요하신가요? 그렇다면 김대근의 책들과 함께 하세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