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29장, 균형 있게 취하다 [번역 및 해설]

노자 도덕경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이유 중 하나로 처세술을 꼽을 수 있다. 얻고자 하면 잃을 것이고 나아가고자 하면 물러나야 할 것이다.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이런 처세술의 기본이 되는 생각들이 노자의 도덕경을 원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자병법과 같은 병법서도 이러한 구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노자 도덕경 29장표지
노자 도덕경 29장표지
'부와 풍요'로 읽는 노자 도덕경 번역 및 해설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의도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브런치 '뽀시락'에 연재(2024년)한 것을 다시 정리하였다. 통상적인 번역에 의거하였고, '부와 풍요'라는 핵심어로 풀이하였다. 앞으로도 책과 블로그를 통해 더 나은 번역과 해설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본문

천하를 취하고자(얻고자) 할 때 과하게 애쓴다면 나는 결코 얻지(성공하지) 못할 것이라 본다.

천하란 신령스러운 존재(神器)이니 과하게 애써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과하게 애쓴다면 실패하고 집착하면 잃을 것이다.

그리하여 세상일을 대할 때 때론 나아가고 때론 물리며, 때론 가볍게 입김을 내쉬고 때론 입으로 강하게 바람을 불어야 하며, 때론 튼튼해야 하고 때론 여리여리해야 하며, 때론 꺾고 때론 무너뜨려야 한다.

그리하여 현자는 너무 깊은 것도 너무 많은 것도 너무 큰 것도 멀리한다.

원문

將欲取天下而爲之. 吾見其不得已. 天下神器. 不可爲也. 爲者敗之. 執者失之. 故物或行或隨. 或歔或吹. 或强或羸. 或挫或隳. 是以聖人去甚去奢去泰.

해설


도덕경에 담긴 처세술


노자 도덕경이 오늘날까지 이어진 이유 중 하나로 처세술을 꼽을 수 있다. 얻고자 하면 잃을 것이고 나아가고자 하면 물러나야 할 것이다. 죽고자 하면 살 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다. 이런 처세술의 기본이 되는 생각들이 노자의 도덕경을 원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자병법과 같은 병법서도 이러한 구조에 바탕을 두고 있다.

나아갈 때 나아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면 얻지 못하고, 물러나야 할 때 고집을 부리다 있는 것마저 잃을 수가 있다. 용기를 가져야 할 때도 있고 욕심을 내려놓아야 할 때도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먹는다’는 속담처럼 가볍게 처리해야 할 일도 있고 무겁게 처리해야 할 일도 있다. 꺾어야 할 것을 부러뜨리거나 부러뜨려야 할 일을 꺾어서도 안 된다. 28장에서 본 것처럼 상황에 맞게 때에 맞게.

노자는 균형을 찾기 위해 이것과 저것을 아우르고 융통성 있게 대처하는 지혜와 이것에 대한 집착을 끊고 저것에 대한 애씀을 그치는 지혜를 제시한다. 안다는 것은 실제적인 효력 또는 효과로 드러나야 진실로 안다고 할 수 있다. 경험과 사색을 통해 얻은 결론들을 현실에 적용시켜가며 적절한 방식을 찾아야 한다. 머릿속에 맴도는 것은 그저 맴돌 뿐이다. 착각해서는 안 된다.


도가, 비워서 채우는 삶의 미학 [책 소개]
노자와 장자를 중심으로 한 도가의 생각을 현대와의 접점에서 간결하게 풀어쓴 책이다. 도가의 생각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그 내용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노자와 장자는 도가의 창시자이고 도가란 ‘도’를 통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고 ‘도’에 따라 삶을 살고자 하는 학파를 의미한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 [책 소개]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철학을 소개하는 책이다. 공자, 묵자, 노자, 맹자, 장자, 순자, 이사, 상앙, 한비자, 등석자, 혜자(혜시), 공손룡자에 이르는 5개의 학파와 12명의 제자백가의 사상에 대한 내용이다. 5개의 학파는, 유가, 도가, 묵가, 법가, 명가에 해당한다.

탐욕을 버려야


29장은 분에 넘치는 일을 그만 두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도 있다. 아무 노력도 시도도 하지 않고, 능력도 되지 않는데 탐욕만 부리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바랄 순 없다. 설령 그것을 얻는다면 이것이 곧 ‘분에 넘치는’ 일이다. 그리하여 현자 너무 깊은 것도 너무 많은 것도 너무 큰 것도 멀리한다. 과하면 탈이 날 수 있기에. 무엇보다 자기가 받아야 할 몫이 아닐 수 있기에.

28장에 잠시 등장했던 포정을 다시 등장시켜 보자. 포정은 도에 통달한 신기의 솜씨로 소의 살을 발라내는 기술을 가졌음에도 그 역시 뼈와 살이 엉긴 곳을 만날 때면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럴 때면 조심스레 경계하며 칼을 미세하게 움직인다고 말한다. 그런 그도 그렇게 할진데, 그 경계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통 사람은 어떠하겠는가.

더군다나 신령스러운 존재인 천하를 얻는 일은 세상에서 가장 어렵다. 여기에서 천하란 나라나 자연을 의미할 수도 있고, 아니면 자신이 진정 바라는 목표일 수도 있다. 천명이자 소명일 수도 있다. 갖고자 한다고 가질 수 있는 것도, 버리고자 한다고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조급함도 탐욕도 내려놓고 항상 조심스럽게 일을 처리하고 진실하게 세상을 대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며,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니,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나고 자랄 수 있다. 그러하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 -중용

노자 도덕경 완역(1-81장) 모음
와 풍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 인간 세상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것.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골고루 나누어진 적 없던 것. 불평등의 근원이자 갈등의 시초. 그래서 노자는 말한다. 욕심을 버리고 서로 빼앗고자 다투지 말며 서로를 보듬어주고 안아주라고. 이미 이 세상은 부와 풍요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니, 제발 그만하라고. 멈추라고. 이것이 노자의 메시지이자 도덕경의 주제이다.
사색이 필요한 당신, 이 책들과 함께
사색이 필요하신가요? 그렇다면 김대근의 책들과 함께 하세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