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32장, 멈출 줄 알아야 [번역 및 해설]

무엇보다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지나치면 위태로워진다. 과도함을 버리라는 노자의 목소리는 여기에도 등장한다. 적당함을 유지할 줄 알아야 자신을 보존할 줄 안다. 만일 그런 사람이 왕이 된다면, 모든 이들이 저절로 그를 따르게 될 것이니 삶이 한층 더 높은 상태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노자 도덕경 32장 표지
노자 도덕경 32장 표지
'부와 풍요'로 읽는 노자 도덕경 번역 및 해설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의도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브런치 '뽀시락'에 연재(2024년)한 것을 다시 정리하였다. 통상적인 번역에 의거하였고, '부와 풍요'라는 핵심어로 풀이하였다. 앞으로도 책과 블로그를 통해 더 나은 번역과 해설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본문

도는 항상 무명이니(無名, 이름이 없으니, 무엇으로도 규정할 수 없으니), 통나무가 비록 작다 하더라도(아무리 작은 통나무여도), 천하가 신하로 삼을 수 없다. 후왕(작은 나라의 왕)이 이를 간직한다면 세상 모두가 그의 손님이 될 것이다(그 앞에 복종할 것이다).

하늘과 땅이 서로 화합하면 감로(단 이슬)가 내릴지니, 모든 백성이 명령(강제성) 없이도 스스로 균일해질 것이다(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것이다).

마름질을 시작하면(통나무를 재단하면) 이름이 생길 것이고(물건이 생기거나 쓰임이 생기고), 이름이 생기니 곧 존재가 생겨난다(개개의 사물이 생겨난다). 이때에 멈출 줄 알아야 한다.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다. 비유하자면 천하에 도가 있는 것과 같고, 냇가와 골짜기의 물이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것과 같다(모든 것을 수용하여 조화로운 상태가 될 것이다).

원문

道常無名. 樸雖小 天下莫能臣也. 侯王若能守之. 萬物將自賓. 天地相合以降甘露. 民莫之令而自均 始制有名. 名亦旣有. 夫亦將知止. 知止可以不殆. 譬道之在天下. 猶川谷之於江海.

해설


통나무, 분화되지 않은 무엇


1장과 마찬가지로 이해하기 참, 어렵다. 뭐라 하는 건지, 어쩌라는 건지, 그런 생각이 들 것이다. (그래도 여기서 잠깐, 해설은 다 듣고 가시길.) 아직 개화 되지 않은 씨앗 하나를 떠올려 보자(1장에서는 빅뱅을 예로 들었으니). 아니면 갓 태어난 강아지나 고양이를 떠올려도 좋다. 그런 종류들이라면 다 좋다.

시간을 돌려, 엄마 뱃속에 있는 강아지나 고양이를 떠올려 보자.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니 엄마랑 한몸이다. 그렇지만 두 개체가 하나의 존재는 아니다. 서로 다른 존재이지만, 엄마에게서 아기를 떼어낼 수 없고 아기를 먼저 세상에 태어나게 할 수도 없다. 이 둘은 ‘생명’이라는 존재 또는 거대한 에너지로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노자가 말하는 ‘통나무’이다.

노자는 이런 분화되지 않은 상태의 에너지를 최상으로 여긴다. 그 비유로 계속해서 통나무와 갓난아기를 들고 있다. 생명을 낳게 하는 그런 엄청난 에너지를 소유한 자가 곧 세상의 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또한 하나의 비유로 이해할 수 있다. 진짜로 왕이 된다기보다 그러한 에너지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왕과 같은’ 존재란 의미이다.

망상에서 벗어나기


하늘과 땅의 결합은 종교적으로 이해할 수도 있지만 폭넓게 명상이나 영성의 방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인간이 겪는 대부분의 스트레스는 자기가 원하는 또는 바라는 방향이 아닌 것들에 대한 반응에서 시작된다. 내면이 흩어져 있고 무엇이든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 일종의 작은 자아 분열. 이 상황이 심각해지면 겉잡을 수 없는 분열로 이어지고 정신적인 문제도 커진다.

사실, 인간이 생각하는 대부분의 문제는 실제 문제보다 더 큰 경우가 많다. 아니, 더 크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그 고민에 휩싸이면 그 고민에 대해 고민하거나 머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그런 것들이 커지면 어느 순간 그것들이 더 큰 고통과 번뇌로 자라난다. 아주 간단한 표현으로 ‘망상’이 있다.

여기에서 벗어나면 정신이 맑고, 정신이 맑아지면 몸도 가벼워진다. 10장에 나오듯 혼백(정신과 육체)을 하나로 모아 흐트러지지 않을 수 있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이런 의미이다. 그렇게 전념해야 한다. 자기자신에 대해. 그렇게 자기자신을 바라보는 또다른 자아가 ‘참된 자아’이고, 그 참자아를 통해 삶을 살아가는 상태를 ‘단 이슬’에 비유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새벽에 내리는 달콤한 이슬을 떠올려 보면 어떤 느낌인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도가, 비워서 채우는 삶의 미학 [책 소개]
노자와 장자를 중심으로 한 도가의 생각을 현대와의 접점에서 간결하게 풀어쓴 책이다. 도가의 생각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그 내용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노자와 장자는 도가의 창시자이고 도가란 ‘도’를 통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고 ‘도’에 따라 삶을 살고자 하는 학파를 의미한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 [책 소개]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철학을 소개하는 책이다. 공자, 묵자, 노자, 맹자, 장자, 순자, 이사, 상앙, 한비자, 등석자, 혜자(혜시), 공손룡자에 이르는 5개의 학파와 12명의 제자백가의 사상에 대한 내용이다. 5개의 학파는, 유가, 도가, 묵가, 법가, 명가에 해당한다.

모든 걸 받아들이는 사람


이러한 요소들이 훗날 도교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신선 사상이나 불로장생 또는 방중술 같은 것들이 모두 도교와 관련된 것들이다. 인도의 요가든 도교의 이런 사상들이 지향하는 것은 결국 전념과 몰입을 통해 자신의 내면과 내부를 스스로 다스리는 데에 있다.

무엇보다 멈출 줄 알아야 한다. 지나치면 위태로워진다. 과도함을 버리라는 노자의 목소리는 여기에도 등장한다. 적당함을 유지할 줄 알아야 자신을 보존할 줄 안다. 만일 그런 사람이 왕이 된다면, 모든 이들이 저절로 그를 따르게 될 것이니 삶이 한층 더 높은 상태를 향해 나아갈 것이다.

그러하니 강과 바다처럼 모든 걸 받아들이는 사람처럼 그런 모든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통나무가 갈라져, 정신이 흐트러져, 온갖 것으로 분화되고, 온갖 것으로 분열되면, 다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무엇을 할지를 분명히 하여, 내면의 작은 목소리를 따라, 내면의 희미한 빛을 따라 살아간다면, 분명 큰 강처럼 큰 바다처럼 다시, 더 큰 원을 가진 더 큰 대지를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을 테니.


노자 도덕경 완역(1-81장) 모음
와 풍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 인간 세상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것.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골고루 나누어진 적 없던 것. 불평등의 근원이자 갈등의 시초. 그래서 노자는 말한다. 욕심을 버리고 서로 빼앗고자 다투지 말며 서로를 보듬어주고 안아주라고. 이미 이 세상은 부와 풍요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니, 제발 그만하라고. 멈추라고. 이것이 노자의 메시지이자 도덕경의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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