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34장, 모든 곳에 차고 넘치니 [번역 및 해설]

노자의 삶의 방식엔 공짜가 있다. 노자는 무엇이든 나누어 주지만 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거나 그것으로 다른 누군가를 지배하려 들지 않는다. 부와 풍요가 다시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하더라도 그것을 자기 것이라 여기지 않으니 욕심 없는 ‘작음’으로 ‘큼’을 이룬다. 끝내 자기 것이라 여기지 않으니 더 큰 것을 이룬다는 의미이다.

노자 도덕경 34장 표지
노자 도덕경 34장 표지
'부와 풍요'로 읽는 노자 도덕경 번역 및 해설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의도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브런치 '뽀시락'에 연재(2024년)한 것을 다시 정리하였다. 통상적인 번역에 의거하였고, '부와 풍요'라는 핵심어로 풀이하였다. 앞으로도 책과 블로그를 통해 더 나은 번역과 해설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본문

대도(큰 도)는 좌우 어디에나(모든 곳으로) 흘러 넘친다. 만물은 이에 기대어 살아가지만 (대도는) 간섭하지 않는다. 공을 세운다 해도 이름을 남기지 않는다. 만물을 입혀주고 길러 주지만 결코 주인노릇(지배하려) 하지 않는다.

항상 욕심이 없으니 이런 측면에서는 ‘작다(작은 도)’라 부를 수 있다. 만물이 되돌아오더라도(부와 풍요가 또는 모든 자원이 자신에게 다시 집중되더라도) 이를 자기 것이라 여기지 않으니 ‘크다(큰 도)’고 부를 수 있다. 끝내 자기 스스로 크다 하지 않으니, 큼(큰 것)을 이룰 수 있다.

원문

大道氾兮. 其可左右. 萬物恃之而生而不辭. 功成不名有. 衣養萬物而不爲主. 常無欲. 可名於小. 萬物歸焉而不爲主. 可名爲大. 以其終不自爲大. 故能成其大.

해설

차고 넘치는 부와 풍요


나무에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이유는, 차고 넘쳐서다. 뿌리도 내리고 잎도 피고 충분히 자란 뒤에도 기운이 넘치면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힌다. 그래서 그 꽃은 향기를 뿌리고 열매는 입맛을 당긴다. 이것이 곧 대도의 모습이다. 차고 넘치니 어디로든 흐르고, 모든 것을 적시고 비옥하게 만드니, 곧 그 자체로 부와 풍요이다.

그래서 대도란 필요한 이들게만, 갈구하는 이들에게만 주는 것이 아니라, 원한다면 누구에게나, 원하지 않더라도 자기도 모르게 혜택을 받게 만드는 일로 이해할 수 있다. 경제학적으로 보자면 신기술의 개발과 같은 긍정적인 외부 효과를 가리킨다. 스마트폰이 발명되면서 인류의 문명이 획기적으로 바뀐 것처럼 말이다. 물론 여기에 공짜는 없다. 그에 대한 비용을 치루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자의 삶의 방식엔 공짜가 있다. 노자는 무엇이든 나누어 주지만 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거나 그것으로 다른 누군가를 지배하려 들지 않는다. 부와 풍요가 다시 자신에게 되돌아온다 하더라도 그것을 자기 것이라 여기지 않으니 욕심 없는 ‘작음’으로 ‘큼’을 이룬다. 끝내 자기 것이라 여기지 않으니 더 큰 것을 이룬다는 의미이다.


도가, 비워서 채우는 삶의 미학 [책 소개]
노자와 장자를 중심으로 한 도가의 생각을 현대와의 접점에서 간결하게 풀어쓴 책이다. 도가의 생각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그 내용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노자와 장자는 도가의 창시자이고 도가란 ‘도’를 통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고 ‘도’에 따라 삶을 살고자 하는 학파를 의미한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 [책 소개]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철학을 소개하는 책이다. 공자, 묵자, 노자, 맹자, 장자, 순자, 이사, 상앙, 한비자, 등석자, 혜자(혜시), 공손룡자에 이르는 5개의 학파와 12명의 제자백가의 사상에 대한 내용이다. 5개의 학파는, 유가, 도가, 묵가, 법가, 명가에 해당한다.

성경에 등장하는 어린 아이

그 때에 제자들이 예수께 나아와 이르되 천국에서는 누가 크니이까. 예수께서 한 어린 아이를 불러 그들 가운데 세우시고 이르시되,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돌이켜 어린 아이들과 같이 되지 아니하면 결단코 천국에 들어가지 못하리라. 그러므로 누구든지 이 어린 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사람이 천국에서 큰 자니라. 또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 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니. -<마태복음>

인간의 성장에 비유하자면 태어나 자라나면서 인간은 누군가에게 자기 것을 나누어주거나 베풀어주는 경험을 한다. 먹을 것을 나누어주거나 자기의 물건을 나누어주는 일이 그렇다. 부모가 아이에게 이를 가르치는 이유는 그 나눔이나 베품이 결코 자신에게서 무언가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 다른 누군가에게 기쁨을 안기거나 필요한 것을 채워주는 또다른 영역으로의 전이를 깨닫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렇지만 인간이 성장하면서 자기 것을 나누거나 베푸는 일이 점차 줄어들고 자기 것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애쓰는 일이 늘어난다. 자기 것을 나누어 준다 하더라도 상대가 그것을 고맙게 여기지 않고 그걸 떠나 그럴 이유도 느끼지 못한다.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란 말처럼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자기 것을 온전히 지키지 못하는 일도 생긴다. 각자 도생의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나누고 베풀며


이런 점에서 권리 주장이나 지배와 복종을 통하지 않고서라도 부와 풍요를 이룰 수 있다는 노자의 주장은 참 특별하다. 이는 노자 도덕경 전채를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전쟁과 무기를 경계했던 31장에서도 보았지만 권리 주장이나 지배와 복종 같은 것들은 인간의 삶을 불평등하게 만들고, 폭력과 갈등을 조정하여 사람의 마음을 병들게 만든다.

나누어주고 베풀어주는 정서가 기본이 되는 사회여야 사회적 긴장도가 낮아지고 갈등이 줄어들 수 있다. 노자가 말하는 ‘큼’이란 큰 그릇이고 큰 그릇을 지닌 사람은 더 많이 베풀고 나누면서 더 많은 이들에게 그런 정서를 전파한다. 노자가 말하는 이런 ‘어른’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어른이 많아지고 존중 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노자의 메시지는 고대인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예수가 사랑하라 말하고 부처가 자비를 베풀라 말한 이유는 사랑과 자비가 차고 넘쳐야 평화롭고 안정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무엇보다 사랑과 자비는 돈이 들지 않고 마음을 내는 일만으로 무한히 생겨날 수 있다. 그것이 곧 노자가 말하는 대도가 이루어진 세상이다.


노자 도덕경 완역(1-81장) 모음
와 풍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 인간 세상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것.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골고루 나누어진 적 없던 것. 불평등의 근원이자 갈등의 시초. 그래서 노자는 말한다. 욕심을 버리고 서로 빼앗고자 다투지 말며 서로를 보듬어주고 안아주라고. 이미 이 세상은 부와 풍요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니, 제발 그만하라고. 멈추라고. 이것이 노자의 메시지이자 도덕경의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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