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55장, 조화롭고 영원하게 [번역 및 해설]

노자는 덕을 한가득 지닌 사람을 이러한 갓난아기에 비유한다. 그는 조화로움을 아는 사람이고 무리하지 않는 사람이다. 노자의 무위 또한 이런 것을 가리킨다. 그리하여 후덕한 이는 삶을 더하는 것들이나 마음에 기운을 불어넣는, 다시 말해, 너무 잘 살려 하거나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을 하지 않는다. 이는 도덕경 전체에서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노자 도덕경 55장 표지
노자 도덕경 55장 표지
'부와 풍요'로 읽는 노자 도덕경 번역 및 해설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의도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브런치 '뽀시락'에 연재(2024년)한 것을 다시 정리하였다. 통상적인 번역에 의거하였고, '부와 풍요'라는 핵심어로 풀이하였다. 앞으로도 책과 블로그를 통해 더 나은 번역과 해설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본문

덕을 두텁게 지닌 것은 갓난아기에 비유할 수 있다. 벌, 전갈, 도마뱀, 뱀과 같이 독을 가진 생명체들이 쏘거나 물지 않고, 맹수가 물어뜯거나 할퀴지 않으며, 사나운 새가 쪼거나 찟지 않는다.

(갓난아기는) 뼈가 연하고 근육이 부드럽지만 쥐는 힘이 강하고, 아직 남녀의 성적 관계를 모르지만 항상 발기해 있다. 정기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울어도 목이 쉬지 않는데 이는 화기(조화로운 기운)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조화로움을 아는 것을 영속성이라 하고, 영속성을 일러 밝음이라 하며, 삶을 더하는 것(생에 대한 집착)을 일러 상스러움이라 하고, 마음에 기운을 불어넣는 일(어지럽히는 일)을 일러 강함이라 한다.

사물이 장성하면(기운이 뻗치면) 곧 노쇠하기 마련이니, 이는 도가 아니다. 도가 아니니 일찍 끝난다(죽는다, 오래가지 못한다).

원문

含德之厚. 比於赤子. 蜂蠆虺蛇不螫. 猛獸不據. 攫鳥不搏. 骨弱筋柔而握固. 未知牝牡之合而全作. 精之至也. 終日號而不嗄. 和之至也. 知和曰常. 知常曰明. 益生曰祥. 心使氣曰强. 物壯則老. 謂之不道. 不道早已.

해설


노자가 말하는 갓난아기


비밀스러운 종교 의식 또는 종교를 연상시키는 55장이다. 실제 이런 내용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모여 도교라는 종교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32장에서도 언급했지만 사람이 가진 정기를 유지한다거나 조화로운 기운 또는 남녀의 성적 관계에 대한 조언이나 이에 기반한 종교적 교리, 나아가 질병을 치료하거나 불로장생에 이르는 방법들을 망라한다.

특히 노자가 말하는 갓난아기는 이러한 특징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갓 태어난 아기는 어떤 하나에 집중한다. 집중하기 위한 목적이나 의도 없이 집중하기에 인간이 할 수 있는 그 어떤 집중보다도 몰입이 강하다. 손아귀 힘은 천하장사보다 강하고, 한 번 울기 시작하면 온 우주가 진동할 정도다. 항상 원기 충만하다. 그래서 어른들이 절대 감당을 못한다. 육아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

후덕한 사람을 주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부처 상이다. 부처 상은 인간이 지닐 수 있는 가장 건강하고 편안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새겨 놓었다. 얼굴빛이 좋고 살이 올라 있으며 아기 같은 피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부처의 고행을 드러내는 조각상도 있지만 대개 부처의 몸은 두툼하게 살집이 있고 유려한 곡선으로 부드럽게 표현한다.


도가, 비워서 채우는 삶의 미학 [책 소개]
노자와 장자를 중심으로 한 도가의 생각을 현대와의 접점에서 간결하게 풀어쓴 책이다. 도가의 생각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그 내용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노자와 장자는 도가의 창시자이고 도가란 ‘도’를 통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고 ‘도’에 따라 삶을 살고자 하는 학파를 의미한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 [책 소개]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철학을 소개하는 책이다. 공자, 묵자, 노자, 맹자, 장자, 순자, 이사, 상앙, 한비자, 등석자, 혜자(혜시), 공손룡자에 이르는 5개의 학파와 12명의 제자백가의 사상에 대한 내용이다. 5개의 학파는, 유가, 도가, 묵가, 법가, 명가에 해당한다.

덕을 지닌 사람, 조화로움을 아는 사람


노자는 덕을 한가득 지닌 사람을 이러한 갓난아기에 비유한다. 그는 조화로움을 아는 사람이고 무리하지 않는 사람이다. 노자의 무위 또한 이런 것을 가리킨다. 그리하여 후덕한 이는 삶을 더하는 것들이나 마음에 기운을 불어넣는, 다시 말해, 너무 잘 살려 하거나 마음을 어지럽히는 일을 하지 않는다. 이는 도덕경 전체에서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10장에서 ‘기를 오롯이 모아 부드러움에 이른다’는 구절이 있다. 연하고 부드러운 것은 삶의 영역이고 질기고 딱딱한 것은 죽음의 영역이다. 모든 죽어가는 생명체는 뻣뻣해지고 딱딱해진다. 몸에 안 좋은 것들은 대개 맛이 좋고, 몸에 좋은 것들도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몸에 해가 된다. 무엇이든 적당해야 한다. 넘치면 탈이 나기 마련. 그것을 지켜내는 것이 곧 ‘항상성’이다. 그래서 조화로울 수 있다.

삶에는 한계가 없다


장자에는 ‘삶을 기르는 주인’이라는 이름의 장인 ‘양생주’가 있다. 그 한 구절을 보자.

삶에는 한계가 있으나 앎에는 한계가 없다. 한계가 있는 삶을 가지고 한계가 없는 앎을 뒤쫓으면 위태롭다. 그런데도 앎을 추구하는 자가 있다면 위태로울 따름이다. 좋은 일을 한다고 명성을 가까이하지 말고, 나쁜 짓을 하여 형벌에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 가운데를 지기는 것(중도)을 법도로 삼는다면 몸을 보존할 수 있고, 삶을 온전히 누릴 수 있으며, 어버이를 부양할 수 있고, 자기 목숨대로 살 수 있다. -<장자>

장성한다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로서 지나치게 기를 소모하는 일들을 가리킨다. 예전 왕들이 그랬듯 지나친 음주나 잠자리 같은 것들도 여기에 속한다. 자극이나 중독 또는 도파민을 맛보기 위해 끝없이 갈구하고 욕망하는 일들은 죽음을 자초한다. 대신에 후덕한 이들은 54장에서 본 것처럼 덕을 베푼다. 베풀기에 그 덕은 더욱 커질 수 있고, 그렇게 온 세상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노자 도덕경 완역(1-81장) 모음
와 풍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 인간 세상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것.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골고루 나누어진 적 없던 것. 불평등의 근원이자 갈등의 시초. 그래서 노자는 말한다. 욕심을 버리고 서로 빼앗고자 다투지 말며 서로를 보듬어주고 안아주라고. 이미 이 세상은 부와 풍요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니, 제발 그만하라고. 멈추라고. 이것이 노자의 메시지이자 도덕경의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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