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62장, 선하든 그렇지 않든 [번역 및 해설]

노자는 그 어떤 권세도 금은보화도 도를 따르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천자를 세우고 삼공이 도열하여, 비록 큰 옥을 끼고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를 앞세우더라도 앉아서 이 도에 나아가는 것만 못하다는 말의 이미이다. 세상 그 어떤 권력과 부와 명예가 영원할 수는 없다. 죽기까지 잠시 그것을 가질 수 있을 뿐.

노자 도덕경 62장 표지
노자 도덕경 62장 표지
'부와 풍요'로 읽는 노자 도덕경 번역 및 해설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의도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브런치 '뽀시락'에 연재(2024년)한 것을 다시 정리하였다. 통상적인 번역에 의거하였고, '부와 풍요'라는 핵심어로 풀이하였다. 앞으로도 책과 블로그를 통해 더 나은 번역과 해설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본문

도란 만물의 은신처이니 선한 이들의 보배이자 불선한 이들의 보호막이다. 선한 말은 가치가 있고 선한 행동은 (가치를) 더하지만, 사람이 선하지 않다 해서 어찌 내치겠는가.

그리하여 천자를 세우고 삼공(三公, 행정, 감찰, 군사를 담당하는 최고위직)도열하여, 비록 큰 옥을 끼고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를 앞세우더라도, 앉아서 이 도에 나아가는 것만 못하다. 옛날에 이 도를 귀하게 여긴 까닭이 무엇인가. “이것(道)으로 얻고, 죄가 있으면 그것(道)으로 사면된다” 말하지 않았던가. 그리하여 세상의 귀함이 될 수 있다.

원문

道者萬物之奧. 善人之寶. 不善人之所保. 美言可以市. 尊行可以加人. 人之不善. 何棄之有. 故立天子. 置三公. 雖有拱璧. 以先駟馬. 不如坐進此道. 古之所以貴此道者. 何不曰以求得. 有罪以免耶 故爲天下貴.

해설


껴안기, 포용

껴안음. 어른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이자 반대로 껴안을 수 있어야 어른이라 할 수 있다. 중대한 범죄가 아니라면 선하지 않다고 어찌 내칠 수 있겠는가. 마치 간음하다 잡힌 여인을 두고 “죄 없는 자, 저 여인을 돌로 쳐라” 말했던 예수의 말이 생각나는 구절이기도 하다. 노자는 껴안는 것, 다시 말해, 포용을 중요시한다.

예로부터 죄를 지은 자가 신성한 곳에 숨어들면 억지로 끌어내지 못했다. 도는 선한 이에게는 반짝이는 보배가 되어주고, 선하지 못한 이에게는 보호막이 되어준다. 42장에서도 보았듯 음과 양은 서로를 업고 껴안아 조화를 이룬다. 힘들면 끌어주고 어려우면 도와주며 보기 싫어도 미워하지 않고 죄를 지었어도 용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도는 모든 것을 품는 보금자리이다.

껴안는다는 말은 누구에게나 무엇에게나 열려있다는 의미이다. 열려있다는 말은 좋아보이는 말이나, 실제 열려있다는 것은 좋은 것도 싫은 것도 그저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열려 있기에. 열려 있는데 어떻게 가려 받겠는가? 때론 욕받이가 되어서 아무 욕이든 받아들이고, 때론 개소리임에도 개소리여서 그냥 받아들이고, 뻔히 알면서도 속아주기도 한다. 어렵지만 그것이 어른의 자세이기도 하다.


도가, 비워서 채우는 삶의 미학 [책 소개]
노자와 장자를 중심으로 한 도가의 생각을 현대와의 접점에서 간결하게 풀어쓴 책이다. 도가의 생각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그 내용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노자와 장자는 도가의 창시자이고 도가란 ‘도’를 통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고 ‘도’에 따라 삶을 살고자 하는 학파를 의미한다.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 [책 소개]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는 철학⟫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 철학을 소개하는 책이다. 공자, 묵자, 노자, 맹자, 장자, 순자, 이사, 상앙, 한비자, 등석자, 혜자(혜시), 공손룡자에 이르는 5개의 학파와 12명의 제자백가의 사상에 대한 내용이다. 5개의 학파는, 유가, 도가, 묵가, 법가, 명가에 해당한다.

노자의 포용과 관용

노자의 포용은 흔히 ‘관용’으로 해석되는 프랑스의 똘레랑스와도 통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자유를 인정하고 이를 존중하는 자세이다. 각자가 지닌 차이를 차별이나 억압 또는 배제의 근거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가치이기도 하다. 물론 현재의 프랑스가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거나 엄격히 지켜지는 사회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그런 가치가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엔 큰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는 포용이나 관용의 정신이 실종되었다. 계층의 구분은 더욱 명확해지고 이를 더욱 공고히하려는 움직임만 있다. 혐오와 배제, 그런 것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의 작동 방식에서 우위를 차지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이 존재하는 사회. 그리고 무엇이든 ‘정상’으로 보이지 않으면 무차별적 공격을 가하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마음껏 조롱하는 사회이기도 하다.

노자는 그 어떤 권세도 금은보화도 도를 따르는 것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천자를 세우고 삼공이 도열하여, 비록 큰 옥을 끼고 네 마리 말이 끄는 수레를 앞세우더라도 앉아서 이 도에 나아가는 것만 못하다는 말의 의미이다. 세상 그 어떤 권력과 부와 명예가 영원할 수는 없다. 죽기까지 잠시 그것을 가질 수 있을 뿐.

더불어 살아가기

삶은 죽음 앞에 놓여있을 때 시작한다. 죽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내가 죽는다면 무엇을 할지 물을 때, 그 대답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곧 그 사람이 살아가야 할 인생의 방향이 되어준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또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까. 노자는 도에 따른 삶을 권한다. 그것은 곧 삶에서 진리를 찾고 선함을 행하며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서로를 감싸안고 더불어 살아가는 일. 어렵지만.


노자 도덕경 완역(1-81장) 모음
와 풍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 인간 세상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것.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골고루 나누어진 적 없던 것. 불평등의 근원이자 갈등의 시초. 그래서 노자는 말한다. 욕심을 버리고 서로 빼앗고자 다투지 말며 서로를 보듬어주고 안아주라고. 이미 이 세상은 부와 풍요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니, 제발 그만하라고. 멈추라고. 이것이 노자의 메시지이자 도덕경의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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