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81장, 베풀수록 돌아오다 [번역 및 해설]

노자의 말에 따르면, 하늘의 도는 이롭게 하지만 해롭게 하지는 않고, 현자의 도는 무언가를 하더라도 다투지 않는다. 이는 세상 모두를 위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좋은 마음을 가져야 좋은 마음이 돌아오듯 세상 모두를 위하는 그 마음이 결국 세상을 더 좋게 만든다.

노자 도덕경 81장 표지
노자 도덕경 81장 표지
'부와 풍요'로 읽는 노자 도덕경 번역 및 해설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의도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브런치 '뽀시락'에 연재(2024년)한 것을 다시 정리하였다. 통상적인 번역에 의거하였고, '부와 풍요'라는 핵심어로 풀이하였다. 앞으로도 책과 블로그를 통해 더 나은 번역과 해설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본문

믿음직스러운 말은 아름답지 못하고, 아름다운 말은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훌륭한 이는 변명(변론)하지 않고, 변명(변론)하는 이는 훌륭하지 않다. 아는 사람은 떠벌리지 않고, 떠벌리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현자는 (자신을 위해) 쌓아두지 않고, 이미 사람들을 위하니(위해 썼을 테니), 자신이 더욱더 가질 수 있다(자신에게 더욱더 돌아올 것이다). 또한 이미 사람들에게 주었으니, 자신에게 더욱더 많이 돌아갈 것이다.

하늘의 도는 이롭게 하지만 해롭게 하지는 않는다. 현자의 도는 무언가를 하더라도 다투지 않는다.

원문

信言不美. 美言不信. 善者不辯. 辯者不善. 知者不博. 博者不知. 聖人不積. 旣以爲人. 己愈有. 旣以與人. 己愈多. 天之道利而不害. 聖人之道爲而不爭.

해설


도덕경의 총정리 81장

81장을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 이 내용이 도덕경의 맨 마지막 장을 장식했을까, 하는 점이었다. 38장부터 81장까지를 덕에 관한 내용이라 하여, ‘덕경’으로 따로 분리해 본다. 그러고 보면 어떻게 덕을 쌓을지, 또는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할지, 그 답에 대한 총정리로 볼 수 있다.

81장의 내용은 신뢰와 책임감, 그리고 공존과 공동체 의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간에게 안정감을 주는 가장 큰 요소는 누군가를 신뢰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있다. 말은 신뢰를 주기도 하지만 거짓을 전할 수도 있다. 노자는 말에 대한 신뢰가 없다. 동양에서 침묵을 더 중요시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신뢰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책임감이다. 누군가에게 일을 맡길 때 그 사람이 책임감이 없다면 어떨까. 세상엔 변명으로 일관하는 이들이 많고 자신의 잘못에 사과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무엇보다 자기 삶에 대해, 자신에 대해 책임질 줄 알아야 한다. 슬픈 일도 괴로운 일도 좋은 일도 불행한 일도 모두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한편, 일반적으로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이들이 아는 체를 한다. 진정 아는 이는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 회의하고, 자신의 말과 행동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고려한다. 누군가에겐 별 것 아닌 것이 어느 누군가에겐 중요하고, 세상을 이끌 사람에겐 내 편만이 아니라, 이쪽도 저쪽도 모두 중요하기 때문이다.

도가, 비워서 채우는 삶의 미학 [책 소개]
노자와 장자를 중심으로 한 도가의 생각을 현대와의 접점에서 간결하게 풀어쓴 책이다. 도가의 생각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그 내용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노자와 장자는 도가의 창시자이고 도가란 ‘도’를 통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고 ‘도’에 따라 삶을 살고자 하는 학파를 의미한다.

자신을 위하지 않는 현자의 태도

그리하여 현자는 자신을 위하지 않는다. 이는 도덕경 전체에서 가장 중요하게 전하는 메시지이다.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하는 일. 이는 단지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라는 의도가 아니다. 타인에게 무언가 나누어 주고 타인을 위할 때에 그 사람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마음을 가져야 좋은 마음이 돌아온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고 행복을 찾고 삶의 동기와 원동력을 얻을 수 있다. 홀로 섬에 태어나 자라 그곳에만 갇혀 있는 단 한 사람이 있다면, 그가 과연 행복이란 걸 알까? 또 누군가의 인정을 바랄까? 그에게 공동체의 가치는 의미 있을까? 주변에 아무도 없다면 대체 돈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노자의 말에 따르면, 하늘의 도는 이롭게 하지만 해롭게 하지는 않고, 현자의 도는 무언가를 하더라도 다투지 않는다. 이는 세상 모두를 위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좋은 마음을 가져야 좋은 마음이 돌아오듯 세상 모두를 위하는 그 마음이 결국 세상을 더 좋게 만든다.

찰리 체플린, '위대한 독재자'

우린 모두 서로를 돕고 싶어 합니다. 사람이란 그런 겁니다. 서로의 불행이 아닌 서로의 행복 속에서 살기를 원합니다. 우리는 남을 미워하거나 경멸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모두를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고 풍요로운 대지는 모두를 위한 양식을 내줄 수 있습니다. 인생은 자유롭고 아름다울 수 있는데도, 우리는 그 방법을 잊어버렸습니다.

탐욕은 인간의 영혼을 중독시켰고, 세계를 증오의 장벽으로 가로막았으며, 우리를 불행과 죽음으로 이끌었습니다. 우리는 신속함을 얻었지만 스스로를 가둬 버리고 말았습니다. 풍요로움을 가져다 준 기계는 우리를 욕심 속에 버려놓았습니다.

지식은 우리를 냉소적으로 만들었고, 영리함은 무정하고 불친절하게 만들었습니다. 생각은 많이 하지만 느끼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기계보다는 인간성이, 지식보다는 친절과 관용이 더욱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삶은 비참해질 것이며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될 것입니다.

지금 제 이야기를 듣는 이들에게 말합니다. 희망을 잃지 마십시오. 우리가 겪는 불행은 그저 스쳐가는 탐욕일 뿐입니다. 인류의 발전을 두려워하는 자들의 조소에서 비롯된 것일 뿐입니다. 언젠가 증오는 지나가고 독재자들은 사라질 것이며, 그들이 인류로부터 빼앗아간 힘 또한 제자리를 찾을 것입니다. 인류가 목숨을 바쳐 싸우는 한 자유는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독재자들은 스스로를 해방하면서 민중을 노예로 전락시킵니다! 이제 그들이 했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싸웁시다! 세계를 해방시키고, 나라 간의 경계를 없애어, 탐욕과 증오와 배척을 근절하도록 함께 투쟁합시다. 이성이 다스리는 세계, 과학의 발전이 모두에게 행복을 주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함께 투쟁합시다. 군인 여러분!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하나 되어 단결합시다!-찰리 채플린, ⟪위대한 독재자⟫ ‘마지막 연설’ 일부

노자 도덕경 완역(1-81장) 모음
와 풍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 인간 세상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것.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골고루 나누어진 적 없던 것. 불평등의 근원이자 갈등의 시초. 그래서 노자는 말한다. 욕심을 버리고 서로 빼앗고자 다투지 말며 서로를 보듬어주고 안아주라고. 이미 이 세상은 부와 풍요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니, 제발 그만하라고. 멈추라고. 이것이 노자의 메시지이자 도덕경의 주제이다.
사색이 필요한 당신, 이 책들과 함께
사색이 필요하신가요? 그렇다면 김대근의 책들과 함께 하세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답니다.

Read more

타투, 예술로의 변신_인사1길

타투, 예술로의 변신_인사1길 [아트렉처 연재 10]

타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던 이유에는 한국에서 타투를 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일명 조폭이었다는 점이다. 또한 몸에다 무언가를 새긴다는 일에 대한 문화적 거부감도 있었다. 사회적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고 이것이 나아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간이 흐른다 해도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여전할 것이다.

By 김대근 DAEGEUN KIM
민속 화가 김수지의 작품 세계

민속 화가 김수지의 작품 세계 [아트렉처 연재 9]

시작은 한지 공예였다. 예술가의 길에 들어선 지 이제 20년, 민화, 도자기, 공예에 이르기까지 작가 김수지의 예술 세계는 한지 공예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작가 김수지가 다른 한국민속 화가와 다른 점은 한국 전통 민화의 맥을 이으면서도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데 있다.

By 김대근 DAEGEUN KIM
알폰스 무하 전시리뷰_마이아트뮤지엄

알폰스 무하 전시리뷰_마이아트뮤지엄 [아트렉처 연재 8]

1894년 어느 날의 일이었다. 당시 파리의 대배우였던 사라베르나르의 연극 포스터를 제작했던 업체에서 기존 작가의 문제로 급하게 그림을 그려줄 사람이 필요했다. 알폰스 무하가 기회를 잡은 것이었다. 그것은 곧 파리 시내를 떠들썩하게 만들 사건이었다. 알폰스 무하는 상하로 긴 걸개 그림 형식에 그리스 여신의 자태를 통해 배우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By 김대근 DAEGEU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