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65장, 거짓된 지식이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드니 [번역 및 해설]

누구를 지배하고자 하는 이들은 자신의 길만이 옳고 그것만이 바꿀 수 없는 진리인양 선전한다. 그것으로 세상 모두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고자 한다. 지극한 덕인 현덕을 지닌 이들은 이들과 반대로, 모든 사람들이 누군가의 지배를 받는 대신 각자가 원하는대로 각자의 삶과 정체성을 발견하여 살아가기를 원한다.

노자 도덕경 65장 표지
노자 도덕경 65장 표지
'부와 풍요'로 읽는 노자 도덕경 번역 및 해설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의도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브런치 '뽀시락'에 연재(2024년)한 것을 다시 정리하였다. 통상적인 번역에 의거하였고, '부와 풍요'라는 핵심어로 풀이하였다. 앞으로도 책과 블로그를 통해 더 나은 번역과 해설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본문

예로부터 훌륭하게 도를 따르는 선비는 백성들을 똑똑하게 만들기보다는 어리석게 만들었다. 백성들을 다스리기 어려운 것은 그들의 거짓된 지식(잔머리나 속임수)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거짓된 지식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국가에 해악이 된다. 거짓된 지식으로 나라를 다스리지 않는 것이 국가의 복이 된다.

이 두 가지를 아는 것이 준칙이고, 항상 이를 간직하는 것을 현덕이라 부른다. 현덕은 깊고 넓어 사물과 함께 (본래의, 참된 상태로) 되돌아간다. 그런 후에 대순(크게 따름)에 이른다.

원문

古之善爲道者. 非以明民將以愚之. 民之難治以其智多. 故以智治國國之賊. 不以智治國國之福. 知此兩者亦稽式. 常知稽式是謂玄德. 玄德. 深矣遠矣. 與物反矣. 然後乃至大順.

해설


대순(大順), 크게 따르다


대순(大順). ‘크게 따르다’ 또는 ‘온전히 순응하다’라는 뜻. 64장을 잇는 분위기의 65장이다. 무엇에 따르고 무엇에 순응하는가. 물론 도이다. 그 도는 세상을 움직이고 우주를 만들어가는 원리이자 원인이자, 곧 진리이다. 철학이든 종교든 또는 과학이든 진리에 대한 접근이 다를 뿐 목표는 다르지 않다. 우주를 만들어가는 원리나 원인을 알고 싶은 것이다. 그것을 알 수만 있다면, 그 누군들 그것을 따르지 않을까.

인간이라면 알고 싶다. 자신의 운명이 어떠한지. 운명이 있다면 기꺼이 그 운명을 따를 것이다. 하지만 그 운명을 모르니 이래저래 촤충우돌하며 살아가는 법. 때론 운명에 순응한다고 숨죽여 살아가기도 하고, 때론 자신의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치기도 하며,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잘 살기 위해, 되도록이면 별일 없이 순탄하기를 기도하며 살아가는 것이 대다수의 인간이다.

도가, 비워서 채우는 삶의 미학 [책 소개]
노자와 장자를 중심으로 한 도가의 생각을 현대와의 접점에서 간결하게 풀어쓴 책이다. 도가의 생각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그 내용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노자와 장자는 도가의 창시자이고 도가란 ‘도’를 통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고 ‘도’에 따라 삶을 살고자 하는 학파를 의미한다.

길 잃은 사람들


1920년대 미국에서는 ‘잃어버린 세대’라 부르는 세대가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삶과 사회에 환멸을 느낀 미국의 지식층이나 젊은 세대를 가리키는 말이다. ‘상실세대’라고도 부르고 ‘길 잃은 세대’라고도 부른다. 제1차 세계대전은 수백 만 명의 사상자를 낸 전쟁이었지만 전쟁 이후 미국은 세계를 지배하는 강대국으로 변모했고, 물질문명의 발전은 인간을 더욱 비인간적으로 만들었다. 그런 모순 속에서 많은 이들이 절망과 환멸을 느꼈다.

그런 그들이 프랑스에 모여 ‘벨 에포크’ 시대라는 한 시대를 만드는 데 일조했다. <위대한 개츠비>의 스콧 피터제럴드, <노인과 바다>의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리고 그들을 후원했던 거트루드 스타인이었다. 그리고 프랑스에는 피카소가 있었다. 누군가는 환락을 좇았고, 누군가는 세상을 바꿔보고자 했으며, 누군가는 아름다움을, 또 누군가는 그 아름다움을 현실의 무언가로 바꾸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쳤고 자기를 헌신했다.

누구나 길을 잃고 헤매기 마련이다. 그 누군들 길을 잃고 헤매고 싶겠는가. 모든 사람은, 누구나 예외없이, 처음 떠나는 길을 만난다. 똑같은 국가에서, 비슷한 문화권에서, 특정한 가정에서 태어나 학습하고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간다고 느끼지만, 공통적인 경험을 공유할 순 있어도 그 경험이 똑같을 순 없다. 각자가 다르게 태어난 만큼 다르게 살다 가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누구나 ‘유일’하기 때문이다.

자기를 등불 삼아

예로부터 훌륭하게 도를 따르는 선비가 백성들을 똑똑하게 만들기보다는 어리석게 만들었던 까닭은, 63장에서 보았듯 그런 ‘지식의 차별’이 만들어내는 불평등과 지배 구조, 그리고 다른 누구의 삶이 아닌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이다. 똑똑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거짓 지식으로 길 잃은 자에게 길을 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을 이용해 먹고, 무언가를 상실한 이들에게 위로를 전하기보다는 그 상실을 이용해 등처먹기도 한다.

세상에 하나의 길만이 존재할 순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누구를 지배하고자 하는 이들은 자신의 길만이 옳고 그것만이 바꿀 수 없는 진리인양 선전한다. 그것으로 세상 모두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고자 한다. 지극한 덕인 현덕을 지닌 이들은 이들과 반대로, 모든 사람들이 누군가의 지배를 받는 대신 각자가 원하는대로 각자의 삶과 정체성을 발견하여 살아가기를 원한다. 그것은 정해진 길이 아니라 모험과 방황의 길이기도 하다.

부처가 열반에 들기 얼마 전, 아난다가 누구에 의지해야 하냐며 설법을 청했을 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자등명 법등명 自燈明 法燈明
자기를 등불 삼아 밝히고, 법(진리)을 등불 삼아 밝혀라. - ⟪열반경⟫

노자 도덕경 완역(1-81장) 모음
와 풍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 인간 세상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것.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골고루 나누어진 적 없던 것. 불평등의 근원이자 갈등의 시초. 그래서 노자는 말한다. 욕심을 버리고 서로 빼앗고자 다투지 말며 서로를 보듬어주고 안아주라고. 이미 이 세상은 부와 풍요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니, 제발 그만하라고. 멈추라고. 이것이 노자의 메시지이자 도덕경의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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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년 어느 날의 일이었다. 당시 파리의 대배우였던 사라베르나르의 연극 포스터를 제작했던 업체에서 기존 작가의 문제로 급하게 그림을 그려줄 사람이 필요했다. 알폰스 무하가 기회를 잡은 것이었다. 그것은 곧 파리 시내를 떠들썩하게 만들 사건이었다. 알폰스 무하는 상하로 긴 걸개 그림 형식에 그리스 여신의 자태를 통해 배우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By 김대근 DAEGEU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