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76장, 내 삶을 껴안기 [번역 및 해설]

노자의 철학은 생명의 철학이자 자연의 철학이다. 그리고 그것은 부드러움과 고요함을 기반으로 한다. 딱딱하고 억센 것들은 버리지면 재생이 불가능하다. 나무에 달린 잎도 떨어지면 생명력이 사라지면서 쉽게 바스라진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죽음이 가까워지면 딱딱하게 굳어간다.

노자 도덕경 76장 표지
노자 도덕경 76장 표지
'부와 풍요'로 읽는 노자 도덕경 번역 및 해설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의도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브런치 '뽀시락'에 연재(2024년)한 것을 다시 정리하였다. 통상적인 번역에 의거하였고, '부와 풍요'라는 핵심어로 풀이하였다. 앞으로도 책과 블로그를 통해 더 나은 번역과 해설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본문

삶을 북돋아주는 것은 부드럽고 약하고, 죽음을 향해 가는 것들은 딱딱하고 억세다. 만물이나 초목들이 태어날 때를 보면 모두 연하고 무르다. 그러다 죽을 때가 가까워지면 딱딱하고 억세진다. 그리하여 딱딱하고 억센 것들은 죽음의 부류이고, 연하고 무른 것들은 삶의 부류이다.

그리하여 병기도 강하기만 하면 부러지고(병법의 운용도 강하게만 나아가면 패배하고), 나무도 강하기만 하면 부러질 수 있으니(나무가 튼튼하면 잘릴 수 있으니), 거세고 큰 것은 아래에 처하고 부드럽고 여린 것은 위에 처한다.

원문

人之生也柔弱. 其死也堅强. 萬物草木之生也柔脆. 其死也枯槁. 故堅强者死之徒. 柔弱者生之徒. 是以兵强則不勝. 木强則共. 强大處下. 柔弱處上.

해설

생명의 철학, 자연의 철학

노자의 철학은 생명의 철학이자 자연의 철학이다. 그리고 그것은 부드러움과 고요함을 기반으로 한다. 딱딱하고 억센 것들은 버리지면 재생이 불가능하다. 나무에 달린 잎도 떨어지면 생명력이 사라지면서 쉽게 바스라진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죽음이 가까워지면 딱딱하게 굳어간다.

사람의 뼈에도 강하게 몸을 지탱해주는 뼈가 있고, 뼈와 뼈 사이를 연결하는 무른 뼈가 있다. 근육에도 부드러운 근육이 있고 단단한 근육이 있다. 부드럽게 늘어나고 줄어들어야 부상을 피할 수 있다. 관절에도 무리가 가질 않는다. 몸 전체가 부드러움을 유지하면 에너지 소모도 줄일 수 있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로 유연한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물론 말처럼 쉅지 않다. 지나치게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 하면 살살거린다는 평가를 받을 테고, 조금만 뻣대기만 해도 융통성이 없다고 지적 받을 테니 말이다. 이런 점애서 노자가 말하는 경지는 실제로는 아무나 근접하기 어렵다.

성장하는 것은 모두 살아있는 것들이다. 여리고 물러야 성장이 가능하다. 나무가 자라고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야 한다. 새로운 줄기는 그곳에서 뻗어나와 또다른 줄기로 자라난다. 성장하고자 하면 피할 수 없는 일. 더 높은 수준에 이르기 위해 자신의 삶에 일부러 생채기를 내는 사람도 있다.

도가, 비워서 채우는 삶의 미학 [책 소개]
노자와 장자를 중심으로 한 도가의 생각을 현대와의 접점에서 간결하게 풀어쓴 책이다. 도가의 생각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그 내용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노자와 장자는 도가의 창시자이고 도가란 ‘도’를 통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고 ‘도’에 따라 삶을 살고자 하는 학파를 의미한다.

여리지만 아물수록 더 단단해져

여리고 물러서 상처도 받고 부서지기도 하지만 금방 아물고 아물수록 더 단단해질 수 있다. 견디디 어렵고 짊어지기 버거운 운명이겠지만 어쩌면 그것은 자신을 다른 세계로 이끌고 더 나은 삶으로 안내하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인지도 모른다. 지금 자신의 삶이 그렇다면 성장 중이라 여기면 어떨까.

자신에게 왜 이런 고난이 주어지는지도 알 수 없고, 언제 그 고난에서 헤어나올지도 알 수 없으며, 그 형벌의 주인공이 왜 하필 나인지 알 수 없다. 그러니 그저 삶을 힘껏 끌어안는 수밖에. 내 삶 전체를, 나의 불행과 불운이라 여기는 것들을, 그 모든 것을 스스로 껴안는 것 이외에 다른 방도가 있을까.

그렇다. 살아있다는 것은 내 앞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그것은 그 차체로 모순이다. 모순을 인식해야 한다는 모순도, 그 모순 속에서 끝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모순도, 그럼에도, 그럼에도, 그럼에도, 왜냐고, 왜냐고, 왜냐고 끝없이 묻지만, 끝내 그 모순을 자발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삶 자체가 곧 모순이다.

시지프는 돌이 순식간에 저 아래 세계로 굴러떨어지는 것을 바라본다. 그 아래로부터 정상을 향해 이제 다시 돌을 밀어올려야 하는 것이다. 그는 또다시 들판으로 내려간다. 시지프가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바로 저 산꼭대기에서 되돌아 내려올 때, 그 잠시의 휴지의 순간이다. 그토록 돌덩이에 바싹 닿은 채로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은 이미 돌 그 자체다! 나는 이 사람이 무겁지만 한결같은 걸음걸이로, 아무리 해도 끝장을 볼 수 없을 고뇌를 향해 다시 걸어 내려오는 것을 본다. 마치 호흡과도 같은 이 시간, 또한 불행처럼 어김없이 되찾아 오는 이 시간은 바로 의식의 시간이다. 그가 산꼭대기를 떠나 제신의 소굴을 향해 조금씩 더 깊숙이 내려가는 그 순간순간 시지프는 자신의 운명보다 우월하다. 그는 그의 바위보다 강하다.-알베르 까뮈, ⟪시지프 신화⟫, 민음사

노자 도덕경 완역(1-81장) 모음
와 풍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 인간 세상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것.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골고루 나누어진 적 없던 것. 불평등의 근원이자 갈등의 시초. 그래서 노자는 말한다. 욕심을 버리고 서로 빼앗고자 다투지 말며 서로를 보듬어주고 안아주라고. 이미 이 세상은 부와 풍요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니, 제발 그만하라고. 멈추라고. 이것이 노자의 메시지이자 도덕경의 주제이다.
사색이 필요한 당신, 이 책들과 함께
사색이 필요하신가요? 그렇다면 김대근의 책들과 함께 하세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답니다.

Read more

타투, 예술로의 변신_인사1길

타투, 예술로의 변신_인사1길 [아트렉처 연재 10]

타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던 이유에는 한국에서 타투를 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일명 조폭이었다는 점이다. 또한 몸에다 무언가를 새긴다는 일에 대한 문화적 거부감도 있었다. 사회적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고 이것이 나아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간이 흐른다 해도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여전할 것이다.

By 김대근 DAEGEUN KIM
민속 화가 김수지의 작품 세계

민속 화가 김수지의 작품 세계 [아트렉처 연재 9]

시작은 한지 공예였다. 예술가의 길에 들어선 지 이제 20년, 민화, 도자기, 공예에 이르기까지 작가 김수지의 예술 세계는 한지 공예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작가 김수지가 다른 한국민속 화가와 다른 점은 한국 전통 민화의 맥을 이으면서도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데 있다.

By 김대근 DAEGEUN KIM
알폰스 무하 전시리뷰_마이아트뮤지엄

알폰스 무하 전시리뷰_마이아트뮤지엄 [아트렉처 연재 8]

1894년 어느 날의 일이었다. 당시 파리의 대배우였던 사라베르나르의 연극 포스터를 제작했던 업체에서 기존 작가의 문제로 급하게 그림을 그려줄 사람이 필요했다. 알폰스 무하가 기회를 잡은 것이었다. 그것은 곧 파리 시내를 떠들썩하게 만들 사건이었다. 알폰스 무하는 상하로 긴 걸개 그림 형식에 그리스 여신의 자태를 통해 배우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By 김대근 DAEGEU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