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77장, 하늘의 도와 사람의 도 [번역 및 해설]

삶은 불평등하다. 여기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모든 존재들 사이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 이것은 저것과 다르고 저것은 이것과 다르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 차이에 대한 값어치가 달라지면 문제가 시작된다. 값어치가 있다 여기는 것은 저절로 귀하기 마련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반대로 천하기 마련이다.

노자 도덕경 77장 표지
노자 도덕경 77장 표지
'부와 풍요'로 읽는 노자 도덕경 번역 및 해설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의도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브런치 '뽀시락'에 연재(2024년)한 것을 다시 정리하였다. 통상적인 번역에 의거하였고, '부와 풍요'라는 핵심어로 풀이하였다. 앞으로도 책과 블로그를 통해 더 나은 번역과 해설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본문

하늘의 도는 활을 당기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높은 것은 밟아주고 낮은 것은 북돋아주며, 남는 것은 덜어내고, 부족한 것은 보충해준다. 하늘의 도는 남는 것에서 덜어 부족한 것에 더해주고, 사람의 도는 이(하늘의 도)와 달라 부족한 것에서 덜어내어 남는 것을 받든다(남는 것에 더한다).

누가 남는 것으로 세상을 받들 수 있을까. 오직 도를 따르는 자만이 가능하다. 그리하여 현자는 수고스러운 일을 하더라도 거기에 기대려 하지 않고, 어떤 공적을 쌓더라도 거기에 연연하지 않아, 그가 가진 현명함을 드러내지 않는다.

원문

天之道. 其猶張弓與. 高者抑之. 下者擧之. 有餘者損之. 不足者補之. 天之道. 損有餘而補不足. 人之道則不然. 損不足以奉有餘. 孰能有餘以奉天下. 唯有道者. 是以聖人爲而不恃. 功成而不處. 其不欲見賢.

해설


삶은 불평등하다

삶은 불평등하다. 여기에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모든 존재들 사이에는 차이가 있기 마련. 이것은 저것과 다르고 저것은 이것과 다르다. 여기까지는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 차이에 대한 값어치가 달라지면 문제가 시작된다. 값어치가 있다 여기는 것은 저절로 귀하기 마련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반대로 천하기 마련이다.

그리하여 하늘의 도는 남는 것에서 덜어 부족한 것에 더해주고, 사람의 도는 하늘의 도와 달라 부족한 것에서 덜어내어 남는 것에 더한다. 여러 경전에서 가장 가난한 이와 가장 불행한 이를 구제하는 이야기가 등장하는 이유도 그들이 갖는 상징성에 있다.

도가, 비워서 채우는 삶의 미학 [책 소개]
노자와 장자를 중심으로 한 도가의 생각을 현대와의 접점에서 간결하게 풀어쓴 책이다. 도가의 생각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그 내용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노자와 장자는 도가의 창시자이고 도가란 ‘도’를 통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고 ‘도’에 따라 삶을 살고자 하는 학파를 의미한다.

하나의 원을 그려보면


커다란 원을 하나 그려보자. 그릴 수 있을 만큼 크게. 아마 팔을 뻗을 수 있을 만큼 뻗어야 가능할 것이다. 원의 중심으로부터 모든 원의 꼭지점의 길이는 똑같다. 그리하여 원탁에 앉아있는 모든 이는 평등한 위치에 있다. 다시 말해, 원 안에서의 불평등이란 없다.

고대인들은 우주가, 그리고 인간의 삶이 커다란 하나의 원과 같다고 여겼다. 그리하여 삶의 차이를 차별하지 않았고 모든 이들을 평등하게 대하고자 노력했다. 권력이 생겨나 권력을 가진 자와 그렇지 않은 자가 나타나고, 돈이 권력이 되어 모두 돈을 갖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고대인들은 지혜가 지극했다. 얼마나 지극했는가? 애초부터 사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바로 지극한 경지다. 완벽하여 더 이상 보탤 것이 없다. 그 다음은 사물이 있기는 있지만 그 사물이 결코 서로 다른 것들과 구별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다음은 사물들 사이에 구별은 있지만 결코 옳은 것과 그른 것으로 나뉘지 않는다고 생각한 것이다. 옳음과 그름을 분명히 드러낸다면 그것은 도가 손상을 입는 원인이 된다. 도가 손상을 입으면 편애가 발생한다.- ⟪장자⟫(김갑수 역)

고대 문명을 보면 ‘원’을 상징으로 삼은 곳이 많다. 이는 선사시대에도 마찬가지였고, 종교가 하나의 거대한 제도로 자리잡고 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원은 태양을 상징하기도 하고 우주를 상징하기도 한다. 원은 또한 완전무결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것은 무한이다.

완전무결하고 무한한 차원에서 비라보면 이것과 저것의 차이가 별 게 아니고, 인간의 삶도 아주 작은 티클처럼 생겨났다 사라지는 것에 지나지 않다. 바꾸어 보면 모든 존재는 이 무한하고 완전무결한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모든 존재는 하나하나 소중하고 그 값어치를 무엇으로도 따질 수 없다.

이 전제로부터 모든 철학과 모든 종교와 모든 인간의 가치가 태어난다.


노자 도덕경 완역(1-81장) 모음
와 풍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 인간 세상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것.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골고루 나누어진 적 없던 것. 불평등의 근원이자 갈등의 시초. 그래서 노자는 말한다. 욕심을 버리고 서로 빼앗고자 다투지 말며 서로를 보듬어주고 안아주라고. 이미 이 세상은 부와 풍요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니, 제발 그만하라고. 멈추라고. 이것이 노자의 메시지이자 도덕경의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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