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78장, 흠과 불길함을 감당하기 [번역 및 해설]

8장에서 물에 대한 내용이 나오고 다시 78장에서 물에 대한 내용이 직접 등장한다. 이 외에도 ⟪도덕경⟫엔 부드러움과 여린 것을 찬양하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하여 노자의 철학은 부드러움의 철학, 싸우지 않는 철학, 그리고 역설의 철학이기도 하다. 보통 사람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결국 자신의 목적에 이르기 때문이다.

노자 도덕경 78장 표지
노자 도덕경 78장 표지
'부와 풍요'로 읽는 노자 도덕경 번역 및 해설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의도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브런치 '뽀시락'에 연재(2024년)한 것을 다시 정리하였다. 통상적인 번역에 의거하였고, '부와 풍요'라는 핵심어로 풀이하였다. 앞으로도 책과 블로그를 통해 더 나은 번역과 해설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본문

세상에 물처럼 부드럽고 여린 것이 없지만, 이것으로 딱딱하고 굳은 것을 이길 수 있다. 그 어떤 것으로도 물을 대체할 수 없다. 여린 것이 굳은 것을 이기고, 부드러운 것이 딱딱한 것을 이긴다 해도, 세상이 이를 모르고, 이를 행하지도 않는다.

그리하여 현자는 “나라의 흠을 받아들이면 사직의 주인이 되고, 나라의 불길함을 받아들이면 세상의 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원문

天下莫柔弱於水. 而攻堅强者莫之能勝. 以其無以易之. 弱之勝强. 柔之勝剛. 天下莫不知. 莫能行. 是以聖人云. 受國之垢. 是謂社稷主. 受國不祥. 是謂天下王. 正言若反.

해설


노자의 물

8장에서 물에 대한 내용이 나오고 다시 78장에서 물에 대한 내용이 직접 등장한다. 이 외에도 ⟪도덕경⟫엔 부드러움과 여린 것을 찬양하는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그리하여 노자의 철학은 부드러움의 철학, 싸우지 않는 철학, 그리고 역설의 철학이기도 하다. 보통 사람들이 하지 않는 방식으로 결국 자신의 목적에 이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목적은 숭고하다. 자신을 위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자의 목적은 자신의 이익이 아닌 모든 이들의 이익이다. 그렇기에 그는 무언가를 이루어도 자신이 한 일이라 뽐내지 않고, 자신에게 무언가가 주어져도 이를 가지려 하지 않고, 누군가를 다스린다 해도 지배하려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그는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다. 노자는 이러한 방식을 ‘무위’라 부른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이를 모르고 설령 알아도 행하지 않는다. 그렇게 살아야 할 이유도 필요도 못 찾기 때문이다. 그런다고 삶이 나아질지도 알 수 없는 일. 그래서 ⟪도덕경⟫과 같은 고전이 있다 해도 모든 이들이 현자 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가, 비워서 채우는 삶의 미학 [책 소개]
노자와 장자를 중심으로 한 도가의 생각을 현대와의 접점에서 간결하게 풀어쓴 책이다. 도가의 생각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그 내용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노자와 장자는 도가의 창시자이고 도가란 ‘도’를 통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고 ‘도’에 따라 삶을 살고자 하는 학파를 의미한다.

더 나은 삶을 살겠다는 결의

사람이 바뀌려면 어떤 계기가 있어야 한다. 이대로 살고 싶지 않다는 마음, 좀 더 나은 삶을 살아보겠다는 결의, 그런 생각들이 인간을 이끌어 나간다. 철학자들 역시 대개 그런 의문들 속에서 자신이 찾고자 하는 것들을 찾아 헤매다 그 길을 발견한 사람들이다.

일흔이 되니, 내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날 일이 없었다. - ⟪논어⟫

공자의 말은 앞에서 본 노자가 말한 현자의 법도와 다르지 않다.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정도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정도란 누구나 받아들이는 보편성을 의미한다. 그것이 곧 공자가 말하는 인이자 예이다.

이어서 노자는 현의 말을 인용하며, 나라의 흠을 받아들이면 사직의 주인이 되고, 나라의 불길함을 받아들이면 세상의 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직’이란 신과 곡식의 신을 위한 제단으로, 나라의 경제인 농사가 잘 되길 기원하는 성소이다. 다시 말해, 사직의 주인이란 나라의 임금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전제는 ‘흠’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 하는 데 있다. 그저 좋은 것만을 취할 수 없다는 의미. 왕이 되려는 자는 왕관의 무게를 견딜 수 있어야 한다. 세상의 왕이 되려면 나라의 불길함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흠은 보이는 것이지만 불길함은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다. 그것을 감당해 내느냐 아니냐가 세상의 왕이 되는 기준이다.

막연한 부정적 감정들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막연한 부정이자 부정적 기운이다. 이순신 장군이 가장 저어한 것 역시 ‘내 안의 두려움’이었다. 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지고 나서 펼쳐질 부정적 상황들. 그 모든 부정적 감정들을 몰아내고, 이길 수 있다는 믿음과 이기기 위한 방법을 찾는 일, 모든 성공은 그렇게 시작한다.

인간은 누구나 성공의 경험을 한다. 다만 아주 작은 성공의 의미를 쉽게 지나쳐서 그 다음으로 나아가지 못할 뿐이다. 노자는 노자의 방식대로 성공의 경험을 제시했고, 공자는 공자의 방식대로 성공의 경험을 제시했다. 고전을 통해 얻을 것은 그들의 경험과 통찰을 나만의 방식으로 다시 만드는 일이다.


노자 도덕경 완역(1-81장) 모음
와 풍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 인간 세상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것.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골고루 나누어진 적 없던 것. 불평등의 근원이자 갈등의 시초. 그래서 노자는 말한다. 욕심을 버리고 서로 빼앗고자 다투지 말며 서로를 보듬어주고 안아주라고. 이미 이 세상은 부와 풍요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니, 제발 그만하라고. 멈추라고. 이것이 노자의 메시지이자 도덕경의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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