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79장, 갑질하지 않는 갑 [번역 및 해설]

노자는 하늘이 착한 사람 편이라 말한다. 하늘마저 외면한다면 얼마나 슬프겠는가. 하늘은 치우침이 없다. 다시 말해, 공평무사. 그리하여 하늘은 선한 이들과 함께한다. 악한 이들은 공평무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이 불공평하니 공평무사한한 것만으로도 선한 이들의 편이 될 수 있다.

노자 도덕경 79장 표지
노자 도덕경 79장 표지
'부와 풍요'로 읽는 노자 도덕경 번역 및 해설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의도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브런치 '뽀시락'에 연재(2024년)한 것을 다시 정리하였다. 통상적인 번역에 의거하였고, '부와 풍요'라는 핵심어로 풀이하였다. 앞으로도 책과 블로그를 통해 더 나은 번역과 해설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본문

큰 원한은 그것을 풀더라도 남는 원한이 있으니, 어찌 잘됐다 말할 수 있겠는가. 그리하여 성인은 좌계를 지니고도 상대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덕이 있는 사람은 계약서에 있는대로(공정하게) 요구하고, 덕이 없는 이는 온갖 구실로 따져 묻는다.

하늘의 도는 치우침이 없고 항상 착한 이들 편이다.

원문

和大怨. 必有餘怨. 安可以爲善. 是以聖人執左契而不責於人. 有德司契. 無德司徹. 天道無親. 常與善人.

해설

돈과 권력, 그리고 갑질

계약서는 두 장에 싸인을 하고 간인을 하여, 하나는 갑인 계약자가 다른 하나는 을인 계약자가 갖는다. 그중 왼쪽을 갑이 갖고 오른쪽을 을이 갖는다. 여기에서 말하는 좌계란 왼쪽 계약서인 갑이 갖는 계약서를 가리킨다. 그 갑이 갑질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79장.

어느 시대나 사회를 막론하고 갑질은 있다. 돈과 권력이 존재하는 한 갑질 역시 사라지지 않는다. 계약서에 적힌 대로만 한다면 무엇이 문제겠는가. 하지만 애초에 계약이 자유롭지 않은데 계약서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결국 갑이 을에게 계약서에 있는 것 이외의 요구를 하는 경우가 생긴다.

77장에서 불평등에 대해 말했지만, 불평등의 문제는 단순히 평등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불평등에 따른 불이익이 계속해서 커진다는 데 있다. 불평등은 출발점뿐 아니라 잘못하면 죽음의 순간까지 지속될 수 있다. 흔히 구조화된 불평등이라 말하는 그것이다.

도가, 비워서 채우는 삶의 미학 [책 소개]
노자와 장자를 중심으로 한 도가의 생각을 현대와의 접점에서 간결하게 풀어쓴 책이다. 도가의 생각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그 내용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노자와 장자는 도가의 창시자이고 도가란 ‘도’를 통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고 ‘도’에 따라 삶을 살고자 하는 학파를 의미한다.

하늘은 착한 사람 편

천만다행으로, 노자는 하늘이 착한 사람 편이라 말한다. 하늘마저 외면한다면 얼마나 슬프겠는가. 하늘은 치우침이 없다. 다시 말해, 공평무사. 그리하여 하늘은 선한 이들과 함께한다. 악한 이들은 공평무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이 불공평하니 공평무사한한 것만으로도 선한 이들의 편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어찌 안심하고 있겠는가. 착한 이들이 간과하는 것 중 하나는 착하게만 살면 복을 받을 것이라는 데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실력이 뒷받침 되어야 그 착한 마음도 보존될 수 있고, 그 마음을 세상 널리 퍼뜨릴 수 있다. 마음이든 물질이든 베풀고 싶어도 베풀 건더기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유가에서 전통적으로 공부를 중시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력을 길러야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힘을 악하게 써서는 안 되는 일. 그리하여 선한 마음을 따르고 그것이 사회 전체의 기본 바탕이 되기를 바랐다. 방식은 조금 달랐지만 공자나 맹자나 순자나 실력 양성을 중요하게 여겼다.

진심의 중요성

여기에 더해 ‘진심’을 중요한 덕목으로 꼽았다. 그 진심이란 진짜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의 진심이기도 하고, 마음을 다한다 또는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에서의 진심이기도 하다. 모든 일에 있어 전력을 다하여 이룩하는 힘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진정성 있게 자신을 대하고 세상을 대하는 일이다.

노자가 말하는 성인도 그런 사람이다. 넉넉하게 베풀어야 원한도 사라지고 공덕을 쌓을 수 있다. 여기엔 이런 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천명을 아는 사람은 곧 넘어질 위태로운 담장 아래에 있지 않는다. 자신의 도(道)를 다하고 죽는 것이 바로 올바른 명(命)이다. 죄인이 되어서 죽는 것은 올바른 명이 아니다. - ⟪맹자⟫ ⟨진심盡心⟩

노자 도덕경 완역(1-81장) 모음
와 풍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 인간 세상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것.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골고루 나누어진 적 없던 것. 불평등의 근원이자 갈등의 시초. 그래서 노자는 말한다. 욕심을 버리고 서로 빼앗고자 다투지 말며 서로를 보듬어주고 안아주라고. 이미 이 세상은 부와 풍요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니, 제발 그만하라고. 멈추라고. 이것이 노자의 메시지이자 도덕경의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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