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도덕경 80장, 노자의 이상 사회 [번역 및 해설]

노자가 생각하는 이상국가이다. 다른 국가의 침입 없이,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서로를 억압하는 문명의 이기 없이, 사람을 불평등하게 만드는 제도나 재화 또는 그런 가치를 가볍게 여기고, 모든 이가 각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그야말로 아름다운 곳이다.

노자 도덕경 80장 표지
노자 도덕경 80장 표지
'부와 풍요'로 읽는 노자 도덕경 번역 및 해설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와 의도를 담기 위해 노력했다. 브런치 '뽀시락'에 연재(2024년)한 것을 다시 정리하였다. 통상적인 번역에 의거하였고, '부와 풍요'라는 핵심어로 풀이하였다. 앞으로도 책과 블로그를 통해 더 나은 번역과 해설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본문

나라는 작고 인구는 적어야 이상적이다. 열 가지 백 가지 기계가 있으나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백성들이 죽음을 중히 여겨 멀리 이사 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비록 배와 수레가 있어도 타는 일이 없고, 갑옷과 무기가 있어도 이것으로 진을 칠 일(전쟁을 치를 일)이 없어야 한다.

사람들이 다시 새끼를 꼬아 쓰고, (소박한) 음식이라 하더라도 맛나게 여기고, (수수한) 옷차림도 아름답게 여기며, (누추한) 거처라도 편안하게 여기도록 하여, 각자의 풍속을 즐기도록 해야 한다.

이웃 나라가 서로 바라보이고, 닭 우는 소리 개 짖는 소리가 서로 들리더라도, 늙어 죽을 때까지 사람들이 서로 왕래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원문

小國寡民. 使有什伯之器而不用. 使民重死而不遠徙. 雖有舟輿. 無所乘之. 雖有甲兵. 無所陳之. 使人復結繩而用之. 甘其食. 美其服. 安其居. 樂其俗. 隣國相望. 鷄犬之聲相聞. 民至老死. 不相往來.

해설


노자와 토머스 모어, 그리고 유토피아

노자가 생각하는 이상국가이다. 다른 국가의 침입 없이, 사람들을 병들게 하고 서로를 억압하는 문명의 이기 없이, 사람을 불평등하게 만드는 제도나 재화 또는 그런 가치를 가볍게 여기고, 모든 이가 각자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그야말로 아름다운 곳이다.

이를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와 비교해 보자. ‘유토피아’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장소’라는 뜻이다. 당연히 모든 이상 사회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가 닿기를 원할 뿐. 지금보다 나은 곳에 살고자 하는 의지이다. 노자도 토머스 모어도 자신의 현실을 개선해 보고자 이런 이야기를 했다.

유토피아는 초승달 모양으로 원래 대륙과 연결되어 있었는데, 15마일에 이르는 수로를 만들어 대륙과의 연결을 끊고 인공적인 섬으로 만들었다. 적의 침입을 완전히 막고 외부 세계와 단절하는 전략. 이런 점에서 작은 마을 단위에서 살아가며 이웃과 교류가 없는 노자의 이상 사회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도가, 비워서 채우는 삶의 미학 [책 소개]
노자와 장자를 중심으로 한 도가의 생각을 현대와의 접점에서 간결하게 풀어쓴 책이다. 도가의 생각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그 내용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노자와 장자는 도가의 창시자이고 도가란 ‘도’를 통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고 ‘도’에 따라 삶을 살고자 하는 학파를 의미한다.

사유재산이 없는 원시 공산주의

유토피아에서는 사유재산이 없고 모든 것이 공동 소유이다. 물건은 필요에 따라 분배되고 경제적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디서 많이 본듯한 내용, 바로 공산주의이다. 물론 러시아나 중국과 같이 오늘날의 공산주의 국가들은 이런 이상과는 전혀 다르게 발전했지만.

노자의 이상 사회는 흔히 원시 공산주의라 부르기도 한다. 공산주의는 공산주의인데 원시적인 형태라는 의미이다. 마을 단위의 공동체에서 자급자족하며 소박하게 살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이웃과 교류할 일이 없으니 교환이 이루어지는 ‘시장’이 필요 없고, 시장이 필요 없으니 경쟁할 일도 없다. 그러하니 공동 생산, 공동 분배.

더 욕심낼 것도 없고, 서로 빼앗을 것도 없으며, 서로 자랑할 것도 없으니 다툼도 없다. 다만 기계와 같은 문명의 이기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명의 퇴보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문명이 가져온 부정적인 결과들을 돌아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인류의 탐욕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파괴하고 있는가.

유토피아의 정치 체제와 여러 제도

한편, 유토피아는 민주적인 정치 체제를 가지고 있고 지도자는 시민들의 선택으로 선출된다. 법률은 간결하여 모든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변호사가 없을 정도로 복잡한 법 체계는 배제된다. 그렇다. 시민들을 통제하거나 괴롭게 만들지 않는다. 억지스럽게 무언가를 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노자가 말하는 무위의 정치와 맥이 닿아 있다.

유토피아에서는 가부장제가 아닌 협력적인 가정 체계가 존재하고, 여성도 교육과 노동에 참여한다. 모든 시민은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이에 반해, 노자는 백성들을 현명하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는 권력자들의 횡포에 대한 비판이자, 일종의 불평등을 없애는 방법 중 하나이다.

유토피아에서는 다양한 종교가 공존하고, 서로의 신념을 존중한다. 유토피아인들은 합리적 사고와 도덕적 행동을 중요시하고, 공공선과 공동체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여긴다. 노자가 말하는 성인의 정치도 결국 이를 목표로 한다.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고, 각자의 삶에 최선을 다하며, 자기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일.


노자 도덕경 완역(1-81장) 모음
와 풍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 인간 세상이라면 반드시 필요한 것. 그렇지만 단 한 번도 골고루 나누어진 적 없던 것. 불평등의 근원이자 갈등의 시초. 그래서 노자는 말한다. 욕심을 버리고 서로 빼앗고자 다투지 말며 서로를 보듬어주고 안아주라고. 이미 이 세상은 부와 풍요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니, 제발 그만하라고. 멈추라고. 이것이 노자의 메시지이자 도덕경의 주제이다.
사색이 필요한 당신, 이 책들과 함께
사색이 필요하신가요? 그렇다면 김대근의 책들과 함께 하세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답니다.

Read more

타투, 예술로의 변신_인사1길

타투, 예술로의 변신_인사1길 [아트렉처 연재 10]

타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던 이유에는 한국에서 타투를 했던 사람들 대부분이 일명 조폭이었다는 점이다. 또한 몸에다 무언가를 새긴다는 일에 대한 문화적 거부감도 있었다. 사회적 인식은 매우 부정적이고 이것이 나아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시간이 흐른다 해도 이에 반대하는 사람은 여전할 것이다.

By 김대근 DAEGEUN KIM
민속 화가 김수지의 작품 세계

민속 화가 김수지의 작품 세계 [아트렉처 연재 9]

시작은 한지 공예였다. 예술가의 길에 들어선 지 이제 20년, 민화, 도자기, 공예에 이르기까지 작가 김수지의 예술 세계는 한지 공예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작가 김수지가 다른 한국민속 화가와 다른 점은 한국 전통 민화의 맥을 이으면서도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는 데 있다.

By 김대근 DAEGEUN KIM
알폰스 무하 전시리뷰_마이아트뮤지엄

알폰스 무하 전시리뷰_마이아트뮤지엄 [아트렉처 연재 8]

1894년 어느 날의 일이었다. 당시 파리의 대배우였던 사라베르나르의 연극 포스터를 제작했던 업체에서 기존 작가의 문제로 급하게 그림을 그려줄 사람이 필요했다. 알폰스 무하가 기회를 잡은 것이었다. 그것은 곧 파리 시내를 떠들썩하게 만들 사건이었다. 알폰스 무하는 상하로 긴 걸개 그림 형식에 그리스 여신의 자태를 통해 배우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By 김대근 DAEGEU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