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문명 창출의 공간 [위대한 발자국 8]

도시는 인류의 인류의 상호작용이 피어나는 물리적 터전이자 자연의 질서를 넘어선 인간의 제도적 공간입니다.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터전을 일구고 자연에 맞서며 자신들의 질서를 바탕으로 살아가는 체계를 만든 것이기에 문명의 발전에 매우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아갈 수 있는 공간과 그들이 만드는 다양한 문화를 구축하는 인간의 영역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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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문명 창출의 공간 [위대한 발자국 8]
도시, 문명 창출의 공간 [위대한 발자국 8]

도시의 건설로 인류는 자연 상태에서 살아가던 때와는 전혀 다른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도시는 문명이 피어나고 자라나 융성해질 수 있는 터전이 되었다는 점에서 인류 확장의 역사에 중요한 의의를 지닙니다. 정착과 농경 생활로 극적인 변화를 겪은 인류에게 도시의 건설은 그 변화에 새로움을 더하고 가속도를 붙이는 동력으로 작용했습니다. 수많은 인간이 모인 집합체이자 다양한 인간이 빚어내는 공동체, 그리고 그 속에서 얽히고설킨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공간, 그것이 곧 도시입니다.

도시(City) — 인류의 상호작용이 피어나는 물리적 터전

고대의 여건을 고려하면 몇천에서 몇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살아가는 공간을 확보한다는 것은 매우 놀라운 일입니다. 무엇보다 물을 구할 수 있고, 곡식을 재배할 수 있으며, 많은 이들이 거주할 수 있는 장소여야 했습니다. 여기에 방어하기 좋은 환경까지 갖췄다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이런 조건 때문에 도시는 대체로 각종 자원이 풍부한 호숫가나 강기슭에 세워졌습니다. 기원전 3500년경부터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를 시작으로, 인더스강과 황하 유역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도시 문명들이 잇따라 등장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강기슭의 풍요로운 환경 덕분에 농업 생산력이 급증하고 잉여 식량이 축적되자, 자연스럽게 인구가 늘고 상공업이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잉여 농산물을 팔고 필요한 원자재와 귀금속을 사들이면서 상인이라는 직업도 생겨났습니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수량을 표시하고 기록을 남기는 점토판이 등장했고, 저마다 고유한 문양을 새긴 인장도 제작되었습니다. 초기 문자의 등장과 더불어 관개·치수 체계, 그리고 천문학과 수학 같은 초기 형태의 학문도 함께 자라났습니다. 자신의 권위나 자비, 혹은 지혜를 널리 알리기 위해 거대한 기념물을 세우는 일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막대한 잉여 농산물이 쌓이고 이를 통제하는 권력이 집중되면서, 사회는 점차 복잡한 계급 구조를 띠기 시작했습니다. 효율적인 통치와 대규모 국가 사업을 위해 사회적 분업과 차별이 발생했고, 서로 다른 인간 집단 사이에 경제적 이익을 두고 경쟁이 벌어지며, 같은 집단 안에서는 가치가 공유되거나 종교가 숭배되는 현상이 인류에게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지적·물적 혁명을 통틀어 우리는 '문명'이라 부릅니다.

도시(City) — 자연의 질서를 넘어선 인간의 제도적 공간

인류는 스스로의 힘으로 세운 '도시' 안에서 비로소 문명의 시대로 들어서는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이제 인류의 삶은 단순히 주어진 자연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넘어, 인간의 손으로 재창조한 세계 속으로 나아가게 된 것입니다.

인류는 거대한 인간 집단이 모인 '도시'라는 공간에서 '사회'라는 공동체를 이루었고, 이 공동체를 운영하기 위한 '약속'을 만들어 냈습니다. 인간이 모여 살아야 한다는 사실, 모여 살기에 다양한 갈등이 빚어지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장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제도, 관습, 종교, 도덕, 사상, 문화 등이 모두 문명에 속하는 것들입니다. 이렇게 인류는 자연의 질서를 넘어 인간의 질서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습니다.

'civilization'은 라틴어 시민(civis)과 도시 공동체(civitas)에서 나온 형용사 '시빌리스(civilis, 시민의·정중한)'를 거쳐 형성된 말입니다. 이 말뜻에서 알 수 있듯 '도시'라는 장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이처럼 도시라는 정교한 틀 안에서 인간의 질서와 문화가 싹트기 시작하자, 인류는 생존을 위한 투쟁을 넘어 또 다른 차원의 삶을 도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맹목적인 생존 본능의 자리를 채우기 시작한 것, 그것은 바로 인간만의 고유한 정신 활동이자 새로운 변혁의 씨앗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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