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시간에 대한 인간의 기억 [위대한 발자국 1]
인간은 역사에 대해 인식하고 기록합니다. 흘러간 과거에 대한 기억이자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이기도 합니다. 단순한 호기심이기도 하고 인간의 기억 때문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인간은 역사를 통해 자기 정당성을 확보하고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정체성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인간은 지나간 시간과 사건에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입니다. 흘러간 과거에 대한 기억이자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이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는데 과거의 사람들은 어땠을까? 지금 우리가 즐기는 놀이, 나누는 대화, 운영하는 국가 같은 것들이 옛사람들에게도 있었을까?' 이러한 본원적인 호기심이야말로 역사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입니다.
또한 인간에겐 '기억'이 있습니다. 조상 대대로 과거의 일들을 입에서 입으로, 또 기록으로 전해 내려왔습니다. 기억이 없다면 '과거'도 '미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제의 일을 기억하기에 오늘의 할 일이 생겨나고, '어제'를 인식하기에 '내일'을 그릴 수 있습니다. 인간에게 기억이 없었다면 역사라는 학문도 탄생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존재의 근원을 향한 본능, 그리고 정체성의 확인
인간이 역사에 관심을 갖는 또 다른 이유는 자기 존재의 근원을 찾으려는 본능에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부모와 조상이 있듯이, 인류가 지구 위에 존재하게 된 데에도 어떤 까닭이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은 결국 "나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기 마련입니다.
나아가 '승자의 역사'라는 말이 있듯, 인간은 역사를 통해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습니다. 새로운 나라를 세운 뒤 역사서를 다시 쓰거나 새로운 역사관을 정립하는 일은 예로부터 국가의 중대사였습니다. 조상이 훌륭해야 현재 나의 권력에 명분이 서고 권위가 세워지기 때문입니다. 역사가 한 개인과 집단의 도덕성 및 정체성과 깊이 맞닿아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러한 자기 정당성의 역사는 언제나 특정한 시선으로 기록됩니다. 같은 사건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역사를 읽는 일은 곧 그 기록 뒤에 숨은 '사람'을 읽는 일이기도 합니다.
공유된 기억이 만들어내는 현실
역사는 단순히 흘러간 시간의 기록에 그치지 않습니다. 같은 역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한 개인의 과거 경험이 그의 정체성을 빚어내듯, 한 공동체가 공유하는 역사적 기억 역시 그들의 정체성을 형성합니다. 먼 타국에서 나고 자란 재외동포들이 여전히 스스로를 한국인이라 느끼는 것도, 결국 공통된 역사의 궤적을 함께 기억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쯤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만의 독특한 조건이 보입니다. 인간은 시간을 과거·현재·미래로 나누어 인식하며, 때로는 현재보다 과거를, 어떤 경우엔 미래를 더 중요하게 여기기도 합니다. 반면 다른 동물들은 오직 주어진 현재 속에서만 살아갑니다. 과거의 기억을 축적하거나 미래의 계획을 세우지 않고 본능적인 일상에 머무릅니다. 오직 인간만이 시간을 관통하며 역사를 인식하는 존재입니다.
인류는 이렇듯 붙잡아둔 과거의 기억들을 촘촘히 쌓고 이어가며 비로소 위대한 문명을 일구었습니다. 도구를 만들고, 언어를 다듬고, 도시를 세우고, 제도를 만들어온 그 긴 여정, 즉 인간의 위대한 발자국은 바로 이 '역사의 인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