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옥한 초승달 지대와 중동 [위대한 발자국 10]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4대 문명의 하나인 메소포타미아를 가리킵니다. 그리스어로 '메소포타미아'라는 말은 '두 강 사이의'라는 뜻으로, 현재의 이라크 지역에 해당합니다. 두 강 사이에 있는 지역뿐만 아니라 이 지역과 관련된 오래된 역사와 수많은 고대 문명을 가리키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국가들과 민족들은 그들 나름의 정체성을 지닌 채 오늘에 이르러, 우리가 살아가는 '극동'과 대비하여 '중동'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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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옥한 초승달 지대와 중동 [위대한 발자국 10]
비옥한 초승달 지대와 중동 [위대한 발자국 10]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의 비옥한 농지가 초승달 모양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비옥한 초승달 지대'. 역사 시간에 한 번쯤 들어봤던 내용일 것입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왜 이곳에 대해 알고 있는지, 또는 알고 있어야 하는지 의아합니다. 티그리스 강도 생소하고 유프라테스 강도 생소한데, 초승달 지대가 비옥하다는 것이 무슨 상관인지 묻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그 지역이 어느 곳에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데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불분명합니다.

메소포타미아 — 오랜 역사와 수많은 문명의 요람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4대 문명의 하나인 메소포타미아를 가리킵니다. 그리스어로 '메소포타미아'라는 말은 '두 강 사이의'라는 뜻으로, 현재의 이라크 지역에 해당합니다. 두 강 사이에 있는 지역뿐만 아니라 이 지역과 관련된 오래된 역사와 수많은 고대 문명을 가리키는 용어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여러 민족들이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둘러싸고 각축전을 벌였습니다. 수메르, 아시리아, 바빌로니아, (인접한 아나톨리아의) 히타이트 등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고대 문명들이 이곳을 무대로 나고 자라나 사라졌습니다.

기원전 6~5세기경엔 다리우스 왕의 페르시아가 거대한 제국을 이루어 지중해 옆 동네인 그리스 도시 국가들을 위협하는가 하면, 기원전 4세기경엔 그리스 북부의 왕국이었던 마케도니아의 왕이 이 일대를 장악하여 인도에까지 세력을 떨쳤던 헬레니즘 시대도 있었습니다. 알렉산드로스 사후 메소포타미아 지역엔 셀레우코스 왕조가 들어섰고, 이후엔 파르티아 제국이, 그다음엔 사산조 페르시아가 들어섰습니다. 이 왕조들은 로마 및 동로마와 끊임없는 전쟁을 벌여가며 그곳을 지배해 왔습니다.

이윽고 7세기 초, 무함마드라는 선지자가 나타나 이슬람교를 창시합니다. 이후 이슬람교는 아라비아 반도를 비롯한 메소포타미아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종국에는 종교 지도자인 칼리프가 정치 지도자를 겸하는 이슬람 제국으로 번창하였습니다. 지중해를 둘러싼 유럽 남부와 아프리카 북부는 물론이고 비단길을 둘러싼 중앙아시아 지역에까지 이를 정도로 기세를 떨쳤습니다. 그런 만큼 다른 문명과 긴밀한 교류를 이어오기도 했고, 기독교 제국인 유럽과 숱한 마찰과 격렬한 전쟁을 겪어 오기도 했습니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중동으로 — 오늘날 국제 사회의 주요 분쟁지역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국가들과 민족들은 그들 나름의 정체성을 지닌 채 오늘에 이르러, 우리가 살아가는 '극동'과 대비하여 '중동'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터키, 이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그 주요 국가입니다. 동쪽으로는 아프가니스탄, 서쪽으로는 이집트를 포함한 북아프리카 지역을 아우릅니다. 대개는 이슬람 및 아랍 문화권과 겹치는 곳이지만, 유대교 국가인 이스라엘이 속해 있고, 같은 이슬람 국가라 하더라도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이 존재합니다.

산유국이 집중되어 있는 이곳은 20세기 내내 자원외교를 통해 그들만의 왕국을 이루어 왔고,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여러 나라들의 끊임없는 이권 개입이 있었던 지역이기도 합니다. 국가 간의 전쟁이나 해적의 출현으로 무력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나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되기도 하였고, 자국 내 정치적 혼란과 IS와 같은 테러 세력의 등장으로 난민이 발생하는 등 국제 사회를 요동치게 하는 전략 지역이기도 합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이처럼 국제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중요한 곳이자, 석유가 생산되는 곳, 그리고 이슬람 사회의 근거지로서 전략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지역입니다. 글 서두에서 던졌던 질문, 이름도 낯선 강줄기와 초승달 모양의 땅에 왜 관심을 가져야 하느냐는 물음은 바로 여기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지도 밖 먼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경제와 국제 정세를 뒤흔드는 현재진행형의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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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근 DAEGEUN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