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족의 우상 - 다시 생각하다 2

'종족의 우상(idola tribus)'이란 '인간'을 만물의 척도로 두거나 '인간'이라는 존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거짓된 믿음을 가리킨다. 16~17세기 영국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였던 베이컨이 제시한 네 가지 우상 중 첫 번째인 '종족의 우상'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종족의 우상 - 다시 생각하다 2
종족의 우상 - 다시 생각하다 2
철학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를 위한 사색과 질문으로 이루어진다. 다시 생각하는 인간을 향해 나아가 보자.

종족의 우상

과학적으로 세계를 파악하여 올바른 지식을 형성하려 했던 베이컨은 '인간의 잘못된 인식'이 가장 큰 방해물이라고 보았다. 이를 우상(idola)이라고 명명했는데, '우상'이란 '신처럼 숭배의 대상이 되는 물건이나 사람'을 가리키며,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대상'을 의미하기도 한다.

16~17세기 영국의 철학자이자 과학자였던 베이컨이 제시한 네 가지 우상 중 첫 번째인 '종족의 우상'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종족의 우상(idola tribus)'이란 '인간'을 만물의 척도로 두거나 '인간'이라는 존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거짓된 믿음을 가리킨다. 인간이 세계에 대해 정확히 알고자 한다면, 탐구자는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제쳐두고 사물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종족', 다시 말해 '인간' 자체가 하나의 오류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의미이다.

지구엔 인간 이외에도 정말 많은 존재가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인간은 모든 것을 '인간' 중심으로 생각한다. 인간과 다른 동물을 가르는 가장 큰 기준을 '생각'이라고 보았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다른 존재보다 더 가치 있다고 보았는데, 베이컨은 바로 이러한 인간 중심적 사유 방식 자체가 올바른 인식을 가로막는다고 비판했다.

생각해 보면, 인간이란 존재는 그리 합리적이지도 않고 감정적일 때도 많다. 인간의 감정이 부정적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이는 인간이 세상을 받아들일 때 갖게 되는 희망이랄지 공포, 또는 편견이나 초조와 같은 것들이 사물의 참다운 본질을 인식하는 데 있어 방해가 된다는 의미이다. 인간이 어떤 사물을 탐구하거나 어떤 존재를 대할 때, 인간은 자신이 가진 생물적 특징이나 집단적 특성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 사회에 들어서는 과학의 탐구 방법과 도구가 매우 발전했기 때문에 인간이 가진 이성과 감각의 한계를 넘어서는 발견을 하고 이론을 만들 수 있다. 현미경이나 천체망원경, 컴퓨터와 같은 것들이 인간이 가진 오류 가능성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베이컨 당시에는 변변한 망원경 하나 없었고 과학의 수준 또한 낮았다. 여기서 비롯된 잘못된 믿음이 올바른 지식에 방해를 주는 것이다.


나른하니즘 5화 ‘니체는 왜? - 자아 성장의 아이콘이 된 이유 2’
‘생각하며 잠드는 방송’ 나른하니즘입니다. 5화의 주제는 ‘니체는 왜? - 자아 성장의 아이콘이 된 이유 2’ 입니다. 니체는 어떻게 자아 성장의 아이콘이 되었는지 그 궁금증을 풀어보며, 니체의 ‘초인’이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무엇보다 베이컨 당시에는 '종교'에 맞서야 했다. 서양에서 벌어졌던 희대의 사건 중 하나인 마녀 사냥 또한 종족의 우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회에 만연한 불안과 타인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세상에서 '마녀'에게 모든 원인을 돌린 것이다. 사실 문제의 근원은 마녀가 아니라, 마녀를 우상으로 만들어낸 인간의 집단적 믿음 그 자체였다. 수많은 개인들이 모여 불합리한 믿음을 공유하고, 그것을 사실로 굳혀가는 과정에서 하나의 '종족적 우상'이 탄생한다.

잘못된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것을 그르다고 말할 수 없는 사회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이다. 비록 거짓이더라도 여러 사람이 공유하고 그 믿음에 따라 행동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것을 진실이라 여겨, 그에 대한 비판과 의심에 가차 없는 비난을 가하는 경우가 생긴다. 어떤 특정 집단이 자신들이 하는 일이나 생각이 다 옳다고 여기거나 그들이 믿는 것은 다 진리라고 주장하는 것은 독단이고, 그 집단이 독단을 주장할 때 사회적 비극은 시작된다.

자기의 믿음이 거짓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보통은 자기를 합리화하거나 자기와 타협하려 하기 때문이다. 때론 거짓인 줄 알면서 스스로 기만하는 동물이 인간이다. 근거 없는 믿음은 스스로 키운 것임에도, 남들도 다 그렇다고 말하는 것은 자기 행동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에 불과하다. 그래서 늘, '나의 믿음이 올바른지' 스스로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인간이란 종족이 가진 우상을 파괴하여 사물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고자 했던 베이컨의 기획처럼, 나의 앎이 허울뿐인 믿음은 아닌지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인간이기에, 맹목적일 수 있다. 그렇지만 인간이기에,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의문을 품을 수 있고, 인간이기에, 잘못된 믿음을 바로잡을 수 있다. 그런 인간만이 우상에서 벗어나, 비로소 스스로 생각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별 하나에 사랑과 점 하나에 김환기_환기미술관 [아트렉처 연재 5]
2017년 서울 옥션 홍콩 경매에서 김환기의 일명 ’붉은 점화’(1972)가 6,200만 홍콩달러(한화 약 85억 원)에 낙찰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날 이후 김환기 작품은 다시 한 번 새롭게 조명되었고 덩달아 한국의 현대 추상미술(특히 단색화)에 대한 세계의 관심도 높아졌다. 단연코 김환기는 현대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주자 중 하나이다.
도덕경 1장 깊이 읽기: 번역·해석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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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 비워서 채우는 삶의 미학 [책 소개]
노자와 장자를 중심으로 한 도가의 생각을 현대와의 접점에서 간결하게 풀어쓴 책이다. 도가의 생각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그 내용을 쉽고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노자와 장자는 도가의 창시자이고 도가란 ‘도’를 통해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고 ‘도’에 따라 삶을 살고자 하는 학파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