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쓰는 이유 [위대한 발자국 3]
철학을 전공한 제가 세계사에 뛰어든 계기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전공과 맞닿아 있습니다. 당대의 시대적 문제를 아는 것이 철학을 이해하는 데 가장 강력한 열쇠가 된다는 깨달음이었죠. 다른 하나는 제 직업인 청소년 독서 교육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소설이든 비소설이든 책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역사적 맥락이 먼저 갖춰져야 합니다.
문득, 제 이야기를 먼저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저는 계속해서 세계사를 쓰고 있는 걸까요?
첫 세계사 책을 출간하고 나니 못다 한 이야기들, 미처 몰랐던 부분, 그리고 아쉬운 서술들이 자꾸만 눈에 밟혔습니다. 내일의 역사가 될 오늘의 모습들을 더 진지하게 들여다봐야겠다는 책임감도 커졌고요.
철학 전공자가 세계사를 쓰기 시작한 이유
철학을 전공한 제가 세계사에 뛰어든 계기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전공과 맞닿아 있습니다. 당대의 시대적 문제를 아는 것이 철학을 이해하는 데 가장 강력한 열쇠가 된다는 깨달음이었죠. 보편의 문제를 다루는 철학이라 할지라도, 결국 철학자는 그 시대의 한계 상황에 직면한 '실존하는 인간'이니까요. 시대 배경을 명확히 알면 그 철학자가 왜 그런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는지 다각도로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제 직업인 청소년 독서 교육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소설이든 비소설이든 책을 제대로 소화하려면 역사적 맥락이 먼저 갖춰져야 합니다. 제국주의를 이야기하려면 유럽의 발자취는 물론, 식민지가 되어버린 수많은 나라의 아픔까지 알아야 하죠. ⟨레미제라블⟩이나 ⟨두 도시 이야기⟩를 읽으려면 당시의 유럽사가 필요하고, 로봇 같은 최신 과학 기술을 이해하려면 과학혁명의 흐름을 짚어야 합니다.
한국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계를 위하여
그래서 학생들에게 인문학과 세계사를 함께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교재로 쓸 만한 책을 찾아보니 딱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습니다. 역사적 인과에만 초점을 맞춘 딱딱한 통사이거나, 세부 사건을 너무 깊이 파고들어 진입 장벽이 높은 책이 대부분이었죠. 무엇보다 아쉬웠던 건 시중에 나온 서적 대부분이 외국 저자의 번역서라는 점이었습니다. 동양의 시각을, 나아가 '대한민국의 시선'을 담아낸 세계사 책은 의외로 드물었습니다.
결국 무모한 결심을 했습니다. '없으면 내가 직접 써 보자!'
그렇게 무작정 집필을 시작했고, 꼬박 7년이라는 시간이 걸려 마침내 책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이 지난한 과정을 거치며 세계사와 현대 정세가 제 안에서 나름대로 정리되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저만의 관점도 조금씩 굳건해졌습니다.
하지만 막상 책을 내고 나니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더군요. 못다 한 이야기, 새로 알게 된 맥락, 그리고 오늘이 내일의 역사가 되어가는 생생한 장면들까지—오히려 쓰고 싶은 것들이 더 넘쳐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 저에게 "왜 계속해서 세계사를 쓰느냐"고 묻는다면 제 대답은 바로 이것입니다. 지나온 과거의 흔적, 지금의 세계, 그리고 제가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대한민국이라는 삶의 이야기를 멈추지 않기 위해서라고요.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그렇기에 저는 오늘도 계속 씁니다. 앞으로 '위대한 발자국'라는 시리즈를 통해 그 우직한 여정을 이어가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