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세상에서 인간의 세계로 [위대한 발자국 6]

예술에는 '인간의 의도'가 깃들어 있습니다. 이것이 자연과 인간을 가르는 구분선이며, 이 의도를 '미적 감각'으로 구현하는 것이 곧 예술입니다. 세상을 인지하고, 세상을 의식하고, 세상을 표현하는 능력, 자연보다 인간의 정신 세계를 앞세우는 것, 그것이 또한 예술입니다. 인간의 정신적 확장, 이것이 인류의 예술 행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진정한 의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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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세상에서 인간의 세계로 [위대한 발자국 6]
자연의 세상에서 인간의 세계로 [위대한 발자국 6]

인류는 왜 예술을 시작했을까요? 눈앞에 보이는 세상을 표현해 보고 싶다는 단순한 욕구였을 수도 있고, 자손의 번성이나 풍요로운 사냥을 기원하는 주술적 행위였을 수도 있습니다. 권위를 과시하거나 장식을 위한 용도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동기가 무엇이었든, 예술의 출현은 인류에게 근본적인 지적 변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줍니다.

예술, 인류의 지적 변화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예술은 너무나 일상적인 행위가 되었지만, 인간이 이 행위를 '처음' 했던 순간으로 돌아가 본다면 의미가 남다릅니다. 예술을 시작하며 발생한 인류의 지적 변화의 흔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남아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의 동굴 벽화는 5만 년 전 안팎까지 거슬러 올라가고, 유럽에서도 약 3만 년 전의 빌렌도르프 비너스 상과 이보다 앞선 3만 6천 년 전의 쇼베 동굴 벽화가 발견되었습니다.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의 천장화는 약 1만 5천 년 전 무렵의 것인데, 두 가지 이상의 색을 쓰고 있을 뿐 아니라 놀라울 만큼 입체적이기까지 합니다. 동물이나 인간의 형상을 한 조각, 뼈에 새긴 그림, 석판 위의 추상적 문양 — 수만 년의 시차를 두고, 서로 다른 대륙에서, 인류는 같은 충동에 이끌리고 있었습니다.

초기 인류는 예술을 통해 개인과 집단의 염원을 표현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예술은 정치, 종교와 결합하여 권위와 신비로움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었고, 근대에 들어서는 아름다움의 표현과 더불어 새로운 인식과 관점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자본주의와 결합하여 거대한 산업이 되기도 했죠. 목적과 기법, 역할은 시대마다 달라졌지만 예술은 언제나 인간에게 새로운 문화와 문명의 창조에 기여하며, 의식 확장의 원동력이 되어 왔습니다.

예술, 세상을 인지하고 의식하고 표현하는 능력

인간에게 있어 '예술' 또는 '예술적 능력'이란 무엇일까요? 세상에 대해 자기가 바라는 이상적인 형태를 구현하는 일, 수많은 사물의 고유한 모습과 현상 이면에 감추어진 진실이나 법칙을 특별한 형태로 재현하는 일, 혹은 평소에는 지각할 수 없었던 황홀경이나 몰아일체의 경지를 표현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술에는 '인간의 의도'가 깃들어 있습니다. 이것이 자연과 인간을 가르는 구분선이며, 이 의도를 '미적 감각'으로 구현하는 것이 곧 예술입니다. 동물도 생존을 위해 도구를 만들고 자연을 이용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실용적 쓸모를 넘어선 고차원적인 상징 행위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반면 인간은 '이렇게 표현해 볼까, 저렇게 재현해 볼까'라는 미적 의도를 가지고 자연을 대안적 세계로 바꾸어 왔고, 그 방법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눈에 보이는 형태를 비슷한 형상으로 재현하고 싶어 하는 욕구, 그리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능력 — 이는 외부의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수준을 넘어, 그 정보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인간의 손을 거쳐 새로운 형태로 구현하는 과정입니다. 고도로 복잡한 정신 활동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래서 인간에게 '예술의 탄생'은 매우 중요한 순간입니다.

세상을 인지하고, 세상을 의식하고, 세상을 표현하는 능력, 자연보다 인간의 정신 세계를 앞세우는 것, 그것이 또한 예술입니다. 자연과 자신을 분리하여 바라볼 수 있게 되었을 때, 인류는 비로소 자연의 원리를 파악하고 응용할 수 있었고, 나아가 자연의 법칙에 어긋나는 시도까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능력을 통해 인류는 자연의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기에 이릅니다.

예술, 인류의 정신적 확장이자 욕망

인간의 정신적 확장, 이것이 인류의 예술 행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진정한 의의입니다. 실용적인 도구가 아닌 비실용적인 예술품을 만든다는 것은, 그림이나 조각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직접 경험하거나 상상할 수 있는 세계와 관계를 맺는 추상적 정신 활동입니다. 더 깊은 차원의 세상 속으로 뛰어들고, 그것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 — 그것이 곧 예술이며, 이를 통해 인간은 자연 속에 묻혀 살아가는 존재에서 새로운 세계의 창조자로 거듭났습니다.

오늘날 인류는 과학과 기술로 예측 불가능한 자연현상마저 통제하고 조절하려 합니다. 생존에 있어 인간 문명이 자연환경보다 더 중요한 조건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죠. 수만 년 전 동굴 벽에 손 모양을 남기고 들소를 그리던 충동이, 지금은 자연 자체를 재설계하겠다는 야심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예술이 과학으로 넘어가는 순간, 인류의 마음은 자신이 사는 세계에 대한 경탄에서 자신이 사는 세계에 대한 지배로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인간이 자연을 완벽히 이해하는 날이 온다면 자연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될까요? 아니면 수억 년이 지나더라도, 인간은 이 우주의 작은 먼지처럼 자연이 내려주는 조건 속에서 삶을 꾸려가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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